농가와 소비자와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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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와 소비자와의 신뢰
  • 보은신문
  • 승인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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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구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보은출장소장)
“자식들 교육은 제대로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앞이 캄캄해유∼”

최근 농가를 방문하여 수익성에 대한 질문을 하면 제일 흔하게 대답하는 말이다.

쌀협상의 난항과 밀려오는 중국 농산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지칠대로 지쳐있는 농가들을 대할 때면 이제 농촌도 뭔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 농촌에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려고 각계 각층의 뜨거운 호응 속에 농촌사랑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1사1촌 자매결연을 맺는 등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월 만남의 날을 가지고 직거래장터를 열거나 마을돕기 등 다양한 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산 찐쌀, 김치 등의 불매운동으로 소비자와 업체가 똘똘뭉쳐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개방화에 따른 충격과 불경기로 어려움에 몰려있는 우리 농업·농촌의 절박성에 대한 공감대와 도·농 상생이라는 뚜렷한 명분을 가지고 출발하고 있는 이 운동이 반드시 성공하도록 우리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농가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위해서 품질향상과 규모화를 통하여 수입농산물에 맞서기 위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 변화를 위한 가장 큰 실천이 소비자와 농가간의 신뢰회복일 것이다. 농가는 소비자들이 믿고 사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에서부터 출하단계까지 투명하게 관리하여 믿음을 보여야 할 것이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규격에 맞는 선별과 포장을 하여 출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표준규격품은 농산물을 일정한 규격에 맞게 선별, 포장한 것을 말하는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그것을 장려하기 위한 표준규격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일부의 농가들이 규격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종종 잃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사과 한 상자를 샀는데 표시는 표준규격품 “특”인데 실제 내용은 “특”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에 해당하는 크기와 고르기가 아닌 것이어서 소비자는 농가한테 속았다는 기분이 들것이며 자연히 불신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내용물을 확인할 필요없이 겉표면의 표시사항만 보고도 믿고 살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농관원은 이런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표준규격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산물을 품질, 크기 등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고, 내용물과 표시사항이 일치하도록 장려하여 농가와 소비자간에 신뢰를 굳건히 다져가도록 하는 것이 그 취지인 것이다.

농관원에서는 표준규격품을 출하하는 농가에 국비로 포장재비를 지원하여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 농가는 보조금 지원을 받는 동시에 다소 번거럽더라도 표준규격에 맞게 출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취지를 알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자기농산물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과감하게 선별하지 못하고 규격에 미달되는 부적격품을 출하하여 소비자의 불신을 사고있는데 그에 대하여 생산농민들로부터 안타까워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표준규격에 관한 내용은 크게 등급규격과 포장규격이 있다.

등급규격은 고르기, 무게, 수량, 크기, 색택, 신선도, 건조정도, 결점과 등이 기준이며 품질이 좋고 나쁨에 따라 『특』,『상』,『보통』3단계로 등급을 구분하며, 포장규격은 물류비용의 절감을 위하여 파렛트 적재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포장재 치수를 설정하고 포장방법, 포장재질 등에 규정을 정하고 있다.

표준규격품의 의무표시시항은 품목, 산지, 품종, 등급, 생산년도(곡류에 한함), 무게 또는 개수, 출하자(생산자 또는 생산자 단체)의 명칭 및 전화번호이며, 이 의무표시사항과 내용물과의 일치가 곧 이 사업의 목표이고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믿음인 것이다. 예를들면 속박이, 실중량 미달 등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회복에 주력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조금 지원 신청은 매년 초에 농산물표준규격공동출하 사업계획서를 작목회, 작목반, 인증농가 단위로 작성하여 농관원 관할 출장소에 제출하여 평가를 받으면 된다. 항목에 대한 평가는 농협과 합동으로 하게되며 최우수, 우수, 일반조직으로 분류하여 예산범위내에서 차등지급하게 된다. 여기서 최우수조직은 시설규모, 상품의 고급화, 소비지 품질점검결과, 작목반내에서의 품질관리활동, 특별 가·감점 등 5개항목에 따른 평가에서 90점이상을 획득한 조직으로서 포장재 신청량의 100%를 지원받게 되며 70점이상의 우수조직은 70∼90%, 70점미만의 일반조직은 50%이하를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농산물을 표준규격에 맞게 포장.출하하는 생산자조직에 포장재비 등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포장재비 외에 공동선별비 지원, 포장화우대품목에 대하여 지원하고 있다. 농산물의 규격화 및 물류표준화를 촉진시켜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농가의 경쟁력을 회복한는 것이 큰 취지인만큼 열심히 실천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산업화·도시화·기계화로 많은 농민들이 농촌을 떠났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이농을 더욱 촉진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떠나니 학교 다닐 어린이들이 없어 폐교가 잇따르고 있으며 노인들만 외로이 농촌을 지키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량생산을 거친 균질화된 가공식품보다는 농촌의 향기와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농산물의 맛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에 농촌에 희망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날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농촌은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 더욱더 분발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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