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여름나기 - 전통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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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여름나기 - 전통보양식
  • 보은신문
  • 승인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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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사이에 들어있는 속절이다. 복날은 10일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이라고 부른다.

우리 조상들은 1년중 가장 덥다는 이 기간을 견디기 위해 갖가지 지혜를 짜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에게 빙표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했다.

복중 더위를 피하기 위해 부녀자와 아이들은 여름과일을 즐기고, 남자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해 산수 좋은 곳을 찾아가 찬물에 발을 담그며 하루를 즐겼다. 해안지방은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며 더위를 이겨 내기도 했다.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씨는 “우리 선조들은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얼음, 물놀이, 냉국등으로 일시적 시원함만 찾은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기운을 잃지 않고 더위를 물리치도록 체력을 보강해 주는 음식을 즐겼다”며 “삼계탕과 개장탕, 육개장, 민어탕 등이 손꼽히는 복중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개장국은 보신탕을 말한다. 이들 음식은 공통적으로 원기 회복에 좋은 동물성 식품인 닭고기나 쇠고기, 생선을 푹 끓여 탕을 만든 것.

한복려씨는 “고기를 푹 삶아서 국물을 우려내면 단백질의 손실 없이 먹을 수 있고 소화도 잘 되기 때문에 탕으로 만들어 먹은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의 효과
무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면서 탕을 먹는 이유는 또있다. ‘이열치열’이라고 하던가. 한방에서는 날씨가 더우면 몸 안이 차가워지고 추우면 몸안이 더워지므로 더울 때 모속의 찬 기운을 따뜻한 음식으로 데우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방에서는 또한 여름철 보양식도 보약과 같으므로 정확한 체질을 알고 먹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대추밭한의원 홍성관 원장은 “몸이 찬 사람은 따뜻하게 해 주고 몸이 뜨거운 사람은 차게 해줘 몸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추위를 잘 타고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몸이 찬 체질로 닭, 쇠고기, 미꾸라지 등이 잘 맞는다. 더위를 못 견디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더운 체질이므로 개나 오리, 잉어, 돼지, 장어등이 적합하다.

■ 최고의 보양식 ‘삼계탕 · 개장탕’
가장 보편적인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복중 집집마다 약처럼 먹었던 영계백숙은 닭의 뱃속에 인삼, 대추, 찹쌀을 넣고 푹 고아 먹는다.

한복려씨는 “원래는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을 백숙으로 푹 곤 것을 영계백숙이라 했는데 여기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이라고 불렀다가 언제부터인가 인삼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그 명칭이 삼계탕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삼계탕은 보통 흰살 닭을 이용하지만 이보다는 오골계로 만든 것을 더욱 귀하게 여긴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오골계를 약용이나 식용으로 많이 사용해 왔는데 (동의보감)에는 “오골계가 풍을 예방하고 여성의 산후조리에 좋으며 늑막염과 노이로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영양분이 풍부하다. 여기에 인삼과 황기, 대추 등 한약재가 들어가므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88올림픽을 전후로 외국인들에게 혐오식품으로 낙인찍히기도 했으나 우리 선조들의 여름 복날 대표적인 서민음식은 보신탕이라고 불리는 ‘개장탕’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개를 구워 먹는 습속이 유행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중종 31년 김안로가 개고기를 좋아하여 아첨배들이 개고기를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영양학적인면에서 보신탕은 사람의 근육과 가장 가까운 아미노산 조성을 가진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복날 보양식으로 먹는 보신탕은 병후의 조리, 상처 치료 등에도 효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도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 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소개되어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개고기가 소화력이 뛰어난 아미노산 성분과 비타민 A와 B, 지방질이 풍부하고 특수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 체력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원래 보신탕이라는 용어는 한방의학에서 쓰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는 개장탕이라고 했다. 개장탕은 주로 일반 서민들이 애용했고 양반층에선 개장에다 개고기를 쓰지 않고 대신 쇠고기를 넣어 육개장이라고 한 것이다.

■ 온몸이 시원한 ‘임자수탕·콩국수’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집에서는 여름에 ‘임자수탕’을 먹었다. 임자는 깨를 말하는 것으로, 임자수탕은 흔히 깻국탕으로 불린다. 차게 식힌 닭육수에 참깨를 넣고 잘게 찢은 닭고기와 야채를 넣어 먹는 요리다.

깨의 고소함과 닭국물이 잘 어우러져 맛도 좋고 영양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여름철에는 깻국을 그대로 먹거나 밀국수를 말아서 먹기도 했다.

(시의 전서)에는 깨국수 만드는 방법에 대해 “깨를 볶아 물어 넣고 간다. 체에 걸러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다. 밀국수를 밀고 그 위에 채소 채친 것을 얹는다”고 적혀 있다.

또 콩국수는 아주 쉬운 보신음식을 서민들이 주로 먹었다. 당시 깨는 진상품으로 매우 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원하고 고소한 국수말이는 입맛이 없을때 간단히 먹으면서도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요즘들어 콩국수에 깨를 많이 넣는 까닭도 임자수탕의 깻국물 조리법에서 비롯됐다는게 전문가들이 얘기다.
<포스코 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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