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집능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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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수집능력의 한계
  • 송진선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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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모두가 지역의 역사를 다시 쓸 호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공공기관 이전사업이 실행에 옮겨져 정책취지를 실현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공공기관 이전 확정 발표가 실질적인 자주적 지방자치시대를 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본격 자치가 시작된 지 10여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동안 명실상부한 권한과 권력의 지방 이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은 명분의 자치, 선언의 자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공공기관 이전 방침의 확정은 그야말로 반쪽 자치를 청산하는 계기로 평가할 만하고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은 엄청난 파괴력과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상당히 기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자치단체는 그 나름으로, 광역단체는 광역단체대로 공공기관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보은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초만 해도 사실은 공공기관을 유치하는데 매우 수동적이었다.

당시 공공기관 이전을 매우 회의적으로 바라보았고 게다가 행정수도 건설의 위헌논란으로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잠시 중단된 듯 싶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겨우 2월 도지사 순방시 건의하는 수준이었고, 5월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수요조사에 유치를 희망한다는 공문을 도를 통해 보내는 정도에 그쳤다.

주민들의 움직임은 더더욱 없었다. 2004년 7월에 가서야 박종기 군수가 불을 붙여 남부3군 공조 움직임까지 이끌어내고 보은군 공무원노조원들의 유치희망기관 노조원들에게 이전협조를 부탁하는 등 유치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이전지역 확정 발표를 보고 과연 보은군과 충북도가 공공기관 유치에 공조가 이뤄졌는가에 의문이 들었고 정부수집능력의 한계를 확인했다.

이미 농촌진흥청은 2003년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전북 김제시에서 새만금과 연계한 첨단 과학영농의 메카, 농업중심 도시로서 위상을 제시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등 작물시험장은 물론 농림부까지도 유치하겠다고 발표하고 유치활동을 벌여왔다.

김제시는 이때 구체적으로 유치기관을 명시했는데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작물과학원, 원예연구소, 농업공학연구소, 한국농업전문학교, 종자관리소, 농산물품질관리원, 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소, 농촌경제연구원, 식품개발연구원, 농업기반공사 등 14개 기관을 꼽았다.

그래서 당시에 이미 국·소장을 책임관으로 한 실과장 중심의 유치전담반을 편성, 유치대상 14개기관을 방문하여 유치활동을 전개했고 또 지난해 4월 민·관 합동 공공기관유치위원회로 확대 구성해 활동했다.

김제시가 유치활동을 했다고 해서 김제시가 공략했던 기관이 무더기로 전북에 배정됐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나 24일 발표된 전북지역 공공기관은 김제시가 유치활동을 벌였던 농촌진흥청 및 산하기관인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생명공학연구원, 농업공학연구소, 원예연구소, 작물과학원, 한국농업전문학교,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배정됐다.

김제가 희망했던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종자관리소, 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소,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기반공사를 배제됐지만 농촌경제연구원과 농업기반공사는 전남에,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소는 경북에 배정됐다.

더욱이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기관의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는 전주와 완주, 김제, 남원, 임실, 정읍, 군산 등 7개 시·군 중 전주시와 김제시, 완주군은 중간지점인 김제시 백구면 일대에 독립 신도시형의 혁신도시를 건설해 공공기관을 유치한다는데 머리를 맞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보은 등 남부3군은 농촌진흥청을 유치하는데 막차를 탄 셈이고 김제시는 전북도는 물론 전주 및 완주군 등 인근 지역과의 공조까지 이루며 공략한 전략을 볼 때 보은군도 남부 3군 뿐만 아니라 충북도와 공조를 한 상태에서 공공기관 유치활동이 이뤄졌다면 보은군이 희망했던 공공기관이 충북에 단 하나의 기관도 배정받지 못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옥천군이 유치활동을 벌였던 한국 가스안전공사만 충북도에 배정됐다.

이미 김제시 등이 오래 전부터 벌여왔던 정보를 수집했다면 집중 공략할 대상을 수정,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뜻이다.

지역의 낙후성 및 정부여당에 대한 인기가 하락된 호남지역의 배려 등 다양하게 원인을 분석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유치활동이 먹혀들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관선시대가 아닌 민선시대 정보는 그 어느 것보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 기업체에서 정보를 빼가기 위해 스파이를 심고 돈으로 매수하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을 다시한 번 느끼게 한다.

이번 공공기관 이전지역 확정 발표를 보면서 이같은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이미 충북에 배정된 공공기관이 지역특성과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파악해 행정기관은 물론 군민들이 보다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유치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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