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오장환 백일장 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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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오장환 백일장 시부문
  • 보은신문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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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장원 - 장수효(관기초 4-1)

놀이터

철봉에 조롱조롱
다정한 아빠얼굴을 보지요.
그네에 휘리릭 휘리릭
파아란 엄마의 꿈을 보지요.
구름사다리에 한칸 두칸
어여쁜 동생의 소망을 보지요.
미끄럼틀에 샤르르르
따뜻한 친구의 마음을 보지요.
놀이터는
여러사람의 마음을 아는
탐지기


중고등부 장원 - 황상현(보은자영고 3-1)

굽은길

논두렁처럼 이마에 골을 낸
술꾼 김씨 아저씨가
정자 나무를 돌아
굽은 길로 걸어간다.
봄바람에도 흰서리만 내린
감나무집 최부자 할아버지가
마을 큰 논 앞을 지나
굽은 길로 걸어간다.
봄볕 그을린 얼굴을 하고
쌍둥이네 아줌마가
무릎까지 올라온 보리밭을 넘어
굽은 길로 걸어간다.
제 몸집만한 가방을 등에 달고
석달된 초등학생 영철이가
동구밖 학교 버스를 타러
굽은 길로 걸어간다.
어젯밤 늦도록 풀던 수학문제를 낑낑대며
단벌 교복 입은 내가
허겁지겁 학교를 향해
굽은 길로 걸어간다.
모두 저마다의
애닮은 사연을 지고
무거운 어깨를 부딪히며
굽은 길로 걸어간다.
함께
굽은 길로
걸어간다.


일반부 장원 - 안광숙



목발, 너도 나무였던 것을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몸뚱이
받치느라 함께 늙고 말랐어라.
동료나무들과 따로 선지 십사년을 쿡쿡 땅만 찍고 다니다
하얀 미소로 응원하시는
어머니의 갈채가
외톨이 된 내 발을 어울림의
숲으로 밀어 넣으시고
너도 나무이니 나무되어
푸르라 하신다.
그래, 물기 없는 목발도
생명 머금은 숲으로
어울림의 숲으로 가면
나무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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