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오장환 백일장 산문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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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오장환 백일장 산문부문
  • 보은신문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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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차상
허 찬 희 (충북대 국어교육과 3)

아버지는 내게 숲같은 존재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한결같은 숲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내게 아버지는 사계절을 모두 겪는 변화하는 숲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싱그러운 봄의 숲이었다. 항상 힘에 넘치고 자상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봄과 같은 모습을 느꼈다.
아버지는 산으로 들로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노래도 부르시고 기타도 치시는 멋쟁이셨다.
봄처럼, 봄의 숲처럼 활력 넘치는 분이셨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 무렵 아버지는 내게 여름 숲이었다. 봄의 숲이 싱그러움을 가진 기운의 시작이자면 여름숲은 그 싱그러움이 더해져 무성해지는 것처럼 아버지는 그렇게 보였다.

내가 같은 반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면 지금 생각하면 다소 유치하지만 학교에 오셔서 친구를 혼내주고 가셨고, 아버지와 나는 서로 그 이야기를 마치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신나게 이야기 하곤 했다.

무성한 나무들로 나를 감싸주실줄 아는 여름의 숲과 같은 존재였다.
내게 아버지는 ……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는 가을 숲과 같은 존재였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사라져 힘없이 떨어져 버리는 낙엽이 가득한 가을 숲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어리석었지만 그 시절 나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했다. 아버지가 친구들 아버지들 처럼 직장에 다니시지 않고 기름때가 가득한 손으로 일하시는 것을 볼 때면,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하곤 했다.

길에서 아버지를 마주치면 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갔고, 아버지는 그런 나를 바라보곤 하셨다. 그럴 때에도 아버지는 내 발밑에서 푹신한 낙엽이 있는 가을 숲으로 계셨다. 겉으로는 초록의 생기를 잃어버렸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 때도 나를 감싸주시던 모습으로 항상 그 자리에 계셨던 것이다.

22살이 된 지금 아버지는 내게 겨울 숲이다. 봄·여름의 활기와 생기는 이제 사라져 버렸지만 내리는 눈을 묵묵히 참아내는 아버지는 겨울숲의 모습 그 자체이다.

아버지의 모습도 다른 계절과는 달리 많이 변하셨다. 예전보다 많이 늙으셔서 머리는 반백이 되셨고, 이마의 주름도, 기름때는 여전 하시지만 손의 주름도 너무나 많아지셨다.

투박하신 그 손에,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혼내주시던 그 손이 이제는 너무 많이 늙으셨다. 또, 어렸을때는 그렇게 커보이던 아버지의 키도 어느덧 나와 비슷해졌다.

하지만 몸이 변했다고 해서 숲의 마음이, 감싸주시는 그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주름진 손에 기름때를 묻히고 계시고,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시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신다.

숲처럼 아름다운 아버지를 이제는 내가 숲이 되어 지켜드려야겠다. 아버지의 변화를 부끄러워 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아버지의 겨울 숲이 다시 새싹 가득한 봄의 숲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나만을 감싸주셨던 것같이 이제 내가 아버지보다 더 큰 숲이 되어야겠다.

비록 내가 지금은 새싹이 가득 돋아나는 싱그러운 봄의 숲이지만 나는 키가 큰 나무들로 가득찬 봄의 싱그러운 숲이 되어야겠다. 아버지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제는 모두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숲이 되어야겠다.

아버지 사랑해요. 더 큰 숲이 되어서 아버지의 사랑을 그대로, 더 크게 보답할 수 있는 그런 숲이 될께요. 언젠가 아버지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의 숲이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아버지에게 한결같은 숲이 되어드릴께요.

아버지의 그 사랑 그대로 보답하는 딸이 되도록 할께요. 그동안은 정말 못난 숲이었지만 이제부터 달라질께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영원히 아버지는 저의 큰 숲으로 기억될 것이고, 그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이제 제가 아버지께 돌려드릴께요. 사랑합니다.


군내 여성부 장원
신 종 순 (수한면 후평리)

아버지 그 이름은 내 가슴에 얹혀진 묵직한 돌덩이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그 어떤 글로도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아련한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철없이 방황하던 시절 나에게 주어진 삶이 너무도 싫어서 당신과는 정말로 이어져서는 안될 악연으로 알고 한없이 미워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눈물이 가슴 저 깊은곳에서 솟아오르곤 한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나에게 맺어준 어머니는 모두 세분 그 분들도 날 모두 나에게는 악연이라고만 생각하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당신에게 화살을 돌리고 원망으로만 하루하루 나만의 성을 쌓아갔답니다.
그 성속에서 갇혀지내는 나에게 또 다시 한분의 어머니가 오셨지요. 조용히 미소만 지을뿐 아무말 없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그렇게 그 분이 내 가슴에 새겨지기 시작을 하였습니다.

그 분은 항상 그저 아버지를 용서해라가 아닌 아버지를 사랑하라고 큰 소리도 아닌 아주작은 메아리처럼 나에게 말씀하셨지요.

난 그때마다 양손으로 내 두 귀를 막고 어린아이처럼 머리만 가로저으며 듣지도 보지도 말하기도 거부하며 살아가는 동안 세월이 흘러 나에게도 남편이 생기고 아이도 생기면서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열달동안 배안에 내 아이를 담고 살아가면서 쳐다보는 당신의 이마에는 당당함보다는 깊게 패인 주름이 더 많이 생겨나고 팽팽하던 얼굴에는 어느덧 검버섯이 피어나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었지요.

하늘이 노랗고 땅이 꺼지는 아픔속에서 새로운 생명에 나의 아픈 젖꼭지를 물릴 때 당신의 그 검버섯이 듬성듬성 피어난 얼굴에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분명 이것은 하늘이 특별히 마련해 준 부모와 자식의 피보다 진한 인연인 것을, 그토록 오랜세월동안 난 어디를 보고 있었는가. 이토록 크나큰 사랑을 안개속에 갇혀서 보지를 못하고 있었단 말인가.

순간 내 눈은 큰 호수가 되어 한없이 맑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요. 둔탁한 손으로 “아가 울지마라 이 좋은날 울면 안되지.”

네가 태어나는 그 순간에 허기사 이 애비도 한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려서 네 엄마에게도 핀잔을 받았지. 하늘이 나에게도 이토록 예쁜 딸을 허락해 주셨는가?

너와 나 어느 전생 어느 세월의 인연으로 부모자식의 인연으로 만났는가 싶어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지.

“허허” 쓴 웃음을 지으시며 내미시는 손수건을 받으면서 그 동안 난 너무도 철없이 당신과의 인연을 배척하고 악연이라고만 외치고 살아온 수 많은 세월이 한순간 격렬한 태양빛에 녹아 없어지는 눈이 되어 내 마음이 모두 녹아 내렸답니다.

아버지 당신의 그 이름을 크게 외쳐봅니다. 언제나 당신은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작은 미동도 없이 모든 나그네 길의 안내자가 되어주는 북극성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사랑을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얼마전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아버지와 전 참으로 오랫만에 마음에 두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쓸쓸함에 딸네 집에 오셔서 잠시 머물고 계실 때 난 처음으로 당신을 믿어드렸습니다. 너무도 갸냘퍼진 당신의 그 모습에 나역시 뒤에서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당신과의 인연을 악연이 아닌 사랑의 인연으로써 살아가고 싶은데 당신은 벌써 떠날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아서 정말로 가슴이 아파옵니다.

다음생에도 아버지와 딸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아니 그 인연이 닿는다면 그땐 정말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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