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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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 보은신문
  • 승인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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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 용(서울 면목동/탄부면 벽지리)
일요일은 언제나 여유롭고 느슨하여 좋다.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현실속에서 심신을 푹 쉴 수 있는 일요일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 결코 작지 않은 축복이다. 내게 있어 일요일은 늘 그렇듯이, 오늘도 늦으감치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운동을 하고, 베란다의 내 친구들(화초)에게 촉촉이 먹이(물)를 주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물을 주며 베란다에서 창 밖의 중랑천을 바라보니 크게 신경 쓰이는 황사도 보이지 않고, 아주 화창한 전형적인 봄 날씨가 나를 자꾸만 유혹하는 듯 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오늘 농촌 들녘으로 봄나물 뜯으러 가지 않겠냐고 은근히 제의한다.  워낙 싸돌아 다니길 좋아하는 나로서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전 열시 반쯤 경기도 내촌 쪽으로 차를 몰았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니 사방 천지가 온통 꽃 세상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내도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망우리 고개를 넘어 왼쪽 내촌 쪽으로 들어섰다. 십여분 가니 좌우로 온통 배꽃 세상이 펼쳐진다.  배꽃은 소복한 아름다운 여인을 연상케 한다. 첫사랑 여인이라도 만나는 듯한 설레 임마저 주는 정겨운 꽃이다.

복사꽃이 화려하게 치장한 연인이라면, 배꽃은 소박하고 다소 우수에 찬 그런 연인이다. 개인적 취향이겠으나, 나는 화려한 복사꽃보다는 배꽃을 더 좋아한다.

배나무 밭을 이웃한 도로 옆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민들레며 쑥 등 봄나물들이 지천으로 자라나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내와 난 정신 없이 봄나물을 뜯었다. 한시간이나 뜯었을까, 한데 모아보니 작지 않은 비닐봉지 2개가 거의 찼다.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주인 없이 절로 나고 자란 봄나물이긴 하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뜯어 갈 몫까지 너무 독차지한 것이나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내에게 너무 많이 뜯은 것 같다며 이제 그만 뜯자고 하니, 아내 역시 그러잔다. 지난주엔 양평 쪽으로 좀 멀리 갔었는데, 조금밖에 뜯질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멀리 가지도 않고 가까운 곳에서 횡재를 한 셈이었다. 나는 새삼 우리 인간에게 이런 귀한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자연에 깊이 감사하였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거들떠보지 않고 그냥 두어도 때가 되면 절로 나고 자라 이렇게 좋은 먹거리를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위대한 자연 앞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하고, 행여 자연이 싫어하는 행위 즉, 자연오염이나 파괴행위 따위는 없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자연이 병들어 아파하면 우리 인간도 함께 병들어 아파할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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