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인물 탐방충암 김정(金淨)선생(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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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인물 탐방충암 김정(金淨)선생(8)
  • 보은신문
  • 승인 2004.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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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풍토록
이 고장의 풍토는 별다른 지역적 특성이 있으니, 일마다 다르고 걸핏하면 탄식하고 놀랄만하지만 볼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기후는 겨울에도 간혹 따뜻하고 여름에도 간혹 시원하여 변화가 무쌍하다.

공기가 따뜻하면서도 사람에 달라붙는 것이 상당히 날카롭다. 사람들은 의복과 음식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이 생기기 쉽다. 더욱이 구름과 안개가 항상 어둡게 끼어 있어서, 개인 날이 적고,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비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니, 음습하고 답답하다. 또한 땅에는 벌레가 많은데, 파리와 모기가 더욱 심한가 보다.

무릇 지네, 개미, 지렁이, 등 여러 꿈틀거리는 것들이 모두 겨울을 지나도 죽지 않아서 견디기가 무척 어려운데. 생각해보니 북쪽은 추워서 이러한 피해가 적을 것이다.

사람들의 거처는 모두 짚과 억새를 엮지도 않고 지붕위에 쌓아 놓고 긴 나무를 가로로 연결하여 그것을 누르며, 기와집은 아주 적은데, 이를테면 두 현의 관사조차도 초가지붕이다. 촌락의 집 모양은 깊고 넓으며 어둡고, 각 채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품계를 받은 관리를 제외하고는, 온돌이 없으며,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어, 돌로 채우고, 그 위를 온돌 모양으로 만들어 흙으로 바르고 마른 다음에 그 위에서 잔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지역이 바람이 많고 습기가 많은데, 천식이나 악질과 같은 것은 대부분 이 때문이다.

또한 귀신을 무척 숭상하여, 남자 무당이 아주 많은데, 재난을 가지고 사람을 놀라게 하여 재물을 산처럼 취한다.

명절, 초하루, 보름, 칠칠일이면 반드시 희생을 죽여서 사악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음사는 거의 3백 여 곳에 이르고 해마다 달마다 증가하여, 요사한 말들이 자주 비등한다.

사람들이 병에 걸려도 약 먹기를 무척 두려워하는데, 귀신이 노하여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죽을 때가 되어도 깨닫지 못한다. 풍속으로 뱀을 무척 꺼려서, 신으로 받들고, 뱀을 보면 곧 술을 차리고 축원하며, 감히 쫓거나 죽이지 못한다.

나는 멀리서 보아도 반드시 죽였는데, 이 고장 사람들은 처음에는 크게 놀라더니, 얼마 후에는 보는 것이 습관이 되고, 나서는 저 사람은 다른 고장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 할 뿐이었다. 끝내 뱀을 죽여야 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니, 그 미혹됨이 정말 우습다.

내가 예전에 듣기에, 이곳은 뱀이 무척 많은데, 비가 내리려고 할 때면 뱀이 머리를 성 담장의 구멍으로 무수히 나란히 내민다 하였는데, 이곳에 와서 조사해보니 헛된 말일 뿐이다. 단지 뱀이 육지보다 많을 뿐이다. 추측컨대 이 고장 사람들이 지나치게 숭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고장 사람들은 발음이 가늘고 높아서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으며, 또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많은데, 오래 살다보니 저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옛말에 아이들은 오랑캐의 말을 이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다. 등에 지되 머리에 이지 않고, 절구는 있으되 찧는 일 은 없으며, 옷을 다듬이질은 하되 다듬이 돌은 없으며, 야금화로에는 발로 작동시키는 풀무가 없고 ,이 고장 출신의 생원인 김 양필을 제외하고는 글을 아는 사람이 아주 적으며, 인심이 거칠다.

품계를 받은 관리로부터 지극히 미미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조정의 귀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호족들은 진무(鎭撫)가 되는 것을 추구한다.

그 다음은 여수(旅帥)이고 그 다음은 서원(書員)이고 관인을 가진 공생(貢生)인데 날마다 각각 이익을 낚는 것을 일삼아, 작은 이유만 있어도 모두 뇌물이 있어야하니, 청렴과 의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강함으로써 약한 사람을 제어하고, 포악으로써 인의(仁義)로운 사람을 겁박함이 임금에 못지않다. 이 때문에 관원들은 육한처럼 탐욕스러운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염치와 의로움이 있는 사람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그 은혜를 가슴에 두지만, 이 무리들은 그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만약 학문을 익혀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풍속을 바꿀 기약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마음에 이익에는 아주 밝으면서도 그 밖의 것은 모르니, 염치와 착함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이를 싫어하는 것이리라.

만약에 고승이 있어 설법을 통하여 천당과 지옥을 가지고 겁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 고장의 승려들은 모두 아내를 얻어 마을에서 살면서 목석처럼 완고하여, 마치 무당들처럼 사람들을 놀래켜서 떡과 술을 긁어내니 또한 이익에만 귀착될 뿐이다

제주, 대정 ,정의 세 고을은 모두 한라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산길이 험난하고 돌덩이 투성이로 평탄한 땅은 절반도 안 되었다.

밭갈이 할 때는 마치 어복(魚腹)의 뼈를 가려내는 것 같이 하였다. 지세가 평탄하고 넓은 것 같으나 요철이 심하여 멀리는 바라볼 수 없다.

비록 구릉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물을 늘어놓은 것처럼 난잡하고, 어떤 것은 어지러운 무덤 같다.

돌무더기가 많이 있어도 괴이하지도, 아담하지도, 단정하지도 않고, 모두 단단한 광석으로 검고 흉하여 바라보기가 가증스럽다.

또 언덕과 봉우리가 간혹 있으나 따로 치솟을 듯 하다가는 움찔 내려앉아 산세가 휘감아 돌며 안기고 감싸는 변화는 없고, 오직 큰 산이 보이는데, 섬 가운데 불쑥 솟아 시야를 가리 울 뿐이다.

이 산은 돌이 많고 흙이 적어 개골산의 풍모가 있다하나 금강산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날 전의나 청주에서처럼 숱한 토산들을 이곳에서는 볼 수 없으니 감회가 무상하다.

산봉우리의 정상은 가마솥처럼 움푹 패여 있어 진흙탕의 물구멍을 이루었는데 봉우리 마다.모두 그러하다.

머리가 없다하여 두무악(頭無岳)이라 부르니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창망한 바다를 볼 수 있고 남극의 노인성(이별의 크기는 샛별만하고 남극하늘의 중심에 있으나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만일 이 별을 보게 되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오직 한라산과 중국의 남악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을 굽어 볼 수 있다. 월출산과 무등산을 멀리 손으로 가리키며 바라볼 수 있어 그 신기함에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하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구름이 드리우니 대붕의 날개인가, 물결치는 곳에 큰 자라가 숨어가네”라는 구절이 그러한 장관과 흡사하련만 슬프다 이내 신세 죄에 묶인 몸인지라 가 볼 수가 없구나.

그러나 장부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대해를 가로질러 낮선 이역 땅에서 색다른 풍속을 살펴보는 것도 또한 흔하지 않은 신기하고 상쾌한 경험이 아닌가.

아마도 오고 싶어도 올 수없고, 오기 싫어도 안 올 수 없는 것은 이미 전생에서 정해진 숙명이니 한탄해서 무엇 하랴.

한라산과 주읍지는 샘이 아주 적어서, 주민들은 간혹 5리 되는 곳에서 물을 길어 오면서도 가깝다고 말한다.

물은 간혹 하루 종일 한 번이나 두 번 길어 오는데, 짠 물이 많고, 길어 올 때는 반드시 나무통을 등에 지는데, 많이 길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토산물은 더욱이 아주 적은데, 길짐승으로는 단지 노루, 사슴, 돼지가 가장 많고, 오소리도 역시 많다.

이밖에 여우, 토끼, 호랑이, 곰은 없다. 날짐승으로는 꿩, 까마귀, 부엉이, 참새가 있고 황새, 까치 등은 없다.

산채로는 멸, 고사리가 가장 많고, 취나물, 삽주, 인삼, 당귀, 도라지 등은 모두 없다. 해초로는 다만 우뭇가사리, 청각이 있고, 이외에 김, 감태, 황각, 등은 없다.

민물고기로는 단지 은어의 종류만 있을 뿐이다.

해산물로는 전복, 오징어, 은갈치, 고등어 등 몇 종류가 있고, 이 외에 낙지, 굴, 조개, 게, 새우, 청어, 은어, 등의 천한 어류와 잡종어류는 모두 없다.

사기, 도기, 유기는 모두 생산되지 않으며, 쌀은 아주 적다.

토호들은 육지에서 사다먹지만,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잡곡을 먹는다. 그래서 청주가 극히 귀하다. 겨울이고 여름이고를 막론하고 소주를 쓴다.

소는 많이 기르는데, 값은 3∼4정에 불과한데. 맛이 육지의 것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산야이기 때문에 곡물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웃기는 것은 지역이 사방으로 큰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소금이 생산되지 않아서, 반드시 진도, 해남 등지에서 사들여야한다.

그러므로 민간에서는 소금이 극히 귀하다. 오직 토산물로는 표고가 가장 많고, 오미자도 많이 나는데, 씨가 아주 검고 커서 마치 잘 익은 산포도와 같아서 맛을 구별할 수가 없으며, 맛이 아주 달다.

“본초강목”에서는 조선에서 생산된 것이 좋고, 또한 맛이 단 것이 상품이라 했는데,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이 씨가 검붉은 것이 적고 맛은 신 것이 많은데도 본초강목에서 좋은 것이라 평가 받았으니, 추측컨대 이 지방에서 생산된 것은 틀림없이 천하에서 고품격일 것은 의심할 바가 없도다.

이 이전에는 사람들이 모두 모르고, 단지 술상에서나 내놓았다.
내가 처음으로 이를 말려 보았더니, 아주 윤기 나는 것이 비상했다.

금년에는 제주목사가 나와 더불어 많이 따다가 말렸다. 비록 적지만, 보내어 그대로 하여금 이를 알게 하고자 하지만,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

또한 산과실로는 멋이 있는데, 열매는 크기가 모과 같고, 껍질은 검붉은데, 이를 쪼개보면 씨는 으름 같으면서도 다르고, 약간 크면서 맛은 약간 진하다. 아마도 으름의 종류이면서 큰 것일 뿐이다.
듣자니 해남 등의 바다를 낀 곳에 간혹 이것이 있다 하는데, 사실인지 모르겠다.
이 밖에는 진기한 것이 없다, 육지의 여러 과일 이를테면 배, 대추, 감, 밤, 등의 잡종은 극 히 드물고, 간혹 있다하여도 아주 좋지 않다.
잣나무는 전혀 없고, 소나무도 아주 드물다. 나는 소나무 잎을 복용 하였는데, 먼 곳에서 채취할 뿐이다.
이 지역에서 진귀한 것은 귤, 유자, 치자, 비자, 무환자, 산유자, 이년목, 무회목, 앵무조개 나야자, 가시율, 적율 좋은 말 등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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