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모님을 떠나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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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모님을 떠나 보내면서…
  • 보은신문
  • 승인 200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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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한 오색단풍이 서서히 지고 찬바람 휘몰아치는 초겨울의 문턱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별의 아픔이 온몸에 스며들던 2004년 11월 4일. 나의 외조모님은 홀연히 이생을 마감하셨다.

지난 2년여 동안 외조모님의 병 수발에 온갖 정성을 다하신 아버님 그리고 장모님의 애뜻한 사랑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기에 그 아픔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듯 하다.

아버님은 늘 가족행사시 ‘빨리빨리’라고 이야기 하셔서 성격이 급하신 것으로 생각도 했는데 그 이면에는 외조모님의 병수발로 얼른 집에 가셔야 했기 때문임을 알면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외조모님을 보내시던 날부터 삼오제(三五祭)까지 곡기를 끊으시고 외조모님 영정앞에서 마지막 길을 인도해 주시고 아쉬워 하시던 아버님이 우리에게 꺼내 놓으신 것은 아버님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드러내신 외조모님의 대한 진한 사랑이야기로 우리 가족의 마음을 짓누르는 주옥같이 빛나는 한방울 눈물의 빛이었다.

만추(晩秋)의 산(山)은 소멸의 빛깔로 화려한데
이별의 몸짓 소란하구나
병고(病苦)로 누워계신 어머님은
조용히 하늘나라 가셨네
애고애고 비통의 눈물
어머님 은혜 만분(萬分)의 일(一)로 보답이 되랴
내생(來生)에 내 어머니 뵈올때까지
꿈속에서 뵈려하니 자주자주 현몽(現夢)하소서
오랜 병고(病苦), 신음(呻吟)소리 나의 애를 태우셔도
집에들 때 어머니
먼저 이젠 빈방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질까
‘아’하면 입벌리시고 우유 삼키시면
이젠됐다 안심시켜 주시더니
삼경(三更)에도 어머니 시중 마다 않았거늘
이젠 도울일 없고 보니
어찌 회한(悔恨)이 없으리오
어머니
이젠 자식걱정 놓으시고 평안(平安)히 가소서

아버님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던 가족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우리에게 던져주신 그 한마다는 ‘사랑’이었습니다.

가족의 애끓는 오열도, 살고 죽음이 하늘의 뜻이라면 그 발길 돌리지 못하는 이승의 마지막 길은 가족의 사랑으로 우리가 마무리 해줘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뇌리속에 새기며 우리가족에게 크나 큰 사랑을 펼쳐 주시고 하늘 나라로 떠나가신 외조모님이 방문열고 반겨주실 것 같은 오늘을 우리가족은 조용히 마무리하면서 이제는 아버님이 ‘천천히’라고 외치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김인복(보은군청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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