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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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름다운 세상
  • 보은신문
  • 승인 2004.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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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오후 금방이라도 소낙비가 한 질금 쏟아 부을 듯 천둥소리가 하늘을 갈라놓고 있었다.

막 반상회가 끝나고 찜통 같은 더위와 싸우며 주부들이 모여 아파트 계단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파트 주변의 온갖 오물과 쓰레기는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깨끗이 하기가 조금 버거웠다. 하지만 우리의 보금자리를 아름답게 꾸민다는 자부심에 마음은 즐거웠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계단을 쓸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과자 부스러기와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젊은 엄마가 아이들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내 옆을 지나면서 한번 힐끗 쳐다볼 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지나갔다.

“아이 엄마들! 아이가 버린 쓰레기는 가져가야지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남한테 싫은 소릴 한다는 것이 그렇고 해서 엄마 등에 업힌 아기 얼굴만 쳐다 보았다. 그 순간 아기는 엄마를 용서해주라는 듯 방긋 방긋 웃고 있었다.

내가 겪은 이 일은 오늘날 이웃 간에 서로 모른 체 하면서 배려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철 따라 날아가는 새들처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모르는 오늘날 우리의 초상을 보여준 한 '예'에 불과할 것이다.

옛 우리 조상들은 이웃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마치 그 일을 내 가정의 일처럼 생각하고 상부상조하며 사셨는데, 그러한 아름다운 전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이웃에 대한 '배려'란 무엇일까?
이웃에 대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가끔 TV에 방영되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 속에 힘겹게 삶을 연명해 가기도 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안타가운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러나 그곳엔 그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하고 마음을 녹여주는 손길이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넘어선 휴머니즘이 있고, 이웃에 대한 사랑도 있다.
아무리 나밖에 모르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행복과 희망을 준다.

사랑한다는 것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인생의 무거운 짐을 서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나는 작은 기도를 해본다.
침묵 속에 자신을 키우고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이 세상이 남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기를 그래서 이웃 간에 따스한 정을 마음껏 나누는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연 숙 희(보은중 박준수군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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