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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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씻으며
  • 보은신문
  • 승인 200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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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어
가지런히 옷장에 걸고
흐느적거리는 몸을 세워
나신으로 거울 앞에 선다
육신을 잠시 더듬어 보니
많이도 낡았다
찌들고 삭아서
어딜봐도 볼품이 없네
마음을 위로받으려
사우나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 이슬 내려앉아
후끈한 고독이 하얀 김으로 나부낀다
오뉴월 이랑에서 김매는
농부는 호미자루 내려치며
내 안의 고통을 참는 것인가
가시밭길 맨발로 걸어도
피가 묻은 것도 모르고
세상이 어지러워도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 줄 알았네
삶의 찌꺼기들이 굴러 떨어진다
인연의 끈을 자르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픈 상처가 묻어나는 것인가
인생의 의미도 모르고 살면서
속세에 지은 죄가 등골이 붙어
아무리 몸부림쳐도
척추의 깊은 골은
손이 닿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구나
/시인 장 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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