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데모는 농민들이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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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데모는 농민들이 하고 싶은데
  • 송진선
  • 승인 2004.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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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민들은 죽을 맛이다. 어디 죽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농민뿐이겠는가 마는 폭설 피해를 겪은 것도 모자라 냉해피해를 겪었고 설상가상 정부는 추곡 수매가를 인하하겠다는 것으로 농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어려움의 굴레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옭죄고 있는 것이다. 폭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피해로 주저앉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당 노동일도 닥치는대로 하는 농민도 있다.

폭설피해를 덜 입은 농작물로 그나마 소득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한 농민들에게 시련은 그치지 않고 과수가 얼고 고추묘가 얼어 생육에 지장을 받고 있다.

재해대책비가 지원되기는 하지만 지원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농민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될 정도다.

상환해야할 영농자금이며 외상 영농자재비도 갚아야 하는데 무슨 수로 갚아서 재기를 하라는 것인지. 설상가상 농가소득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추곡수매가를 올해는 지난해보다 4% 인하한다고 한다.

올봄에는 아카시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대규모 양봉농가들은 억대의 손해를 보고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농민들이 빠져나가야 할 캄캄한 어둠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농산물 생산해봤자 내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산물 생산에 들어간 생산비라도 건지면 좋으련만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

고추 값이 조금 오른다 싶으면 중국산을 풀어 시세를 곤두박질 치게 만들고 정성들여 배추를 기르지만 배추를 뽑아서 내다 파는데 드는 유통비용이 그냥 버리는 것보다 더 들어 밭에서 아예 갈아엎는 농민들의 모습을 거의 매년 본다.

그래도 물가인상의 주범이 농산물인양 오이가 한달 전보다 몇%인상됐다느니 하며 중앙 언론에서 떠들면 농산물 매기가 뚝 떨어진다.

농산물 가격이 인상됐다고 제 아무리 떠들어도 농민들 수중으로 들어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중간 업자만 이득을 보고 농민들은 여전히 돈의 허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순진한 대다수 농민들은 이게 모두다 내 팔자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각계각층마다 집단행동으로 주장하는 바를 표출하고 그럼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만 농민들은 항상 뒷전이다.

농자천하지 대본은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고 자유시장체제하의 경쟁논리로만 농업문제도 들여다 보고 있어 해법이 잘 나오지 않고있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 땅의 진리만 믿고 농사를 짓는 시장논리에 문외한 격인 보은군 농민들은 얼마나 순박한가.

생명산업이라고하면서도 식량안보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쌀이 구박을 받고 있고 급기야 추곡수매가를 인하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듣는 농민들의 가슴은 이미 숯덩어리다.

지금 데모는, 천막농성은, 단식은 농사 아니고는 할 것이 없는 농민들이 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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