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年 壽齡, 正二品松의 아픔! 天災로만 치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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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年 壽齡, 正二品松의 아픔! 天災로만 치부할 것인가?
  • 보은신문
  • 승인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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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소백산맥의 중심에 위치한 속리산자락에 600년의 장구한 세월을 그 청청함과 호기로운 모습으로 우뚝 서있는 정이품송! 1962년12월23일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높이15m, 가슴둘레4.5m, 가지의 길이는 동쪽10.3m, 서쪽9.6m, 북쪽10m의 노거수로서, 그 모양은 마치 우산을 펼쳐놓은 듯 단아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지녔으며 속리산의 상징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나무이다.

전설에 의하면 1464년 신병으로 고통을 받던 세조임금이 치료차 속리산을 찾아왔을 때, 이 나무아래 이르러 타고 가던 연(輦)이 나뭇가지에 걸릴 것을 염려하여 “연(輦) 걸린다!” 라고 하자 신기하게도 늘어졌던 나뭇가지가 스스로 하늘로 향하여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한다. 또한 세조임금이 한양으로 돌아갈 때는 때마침 소나기가 쏟아져 이 나무아래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음에 이를 신기하고도 기특하게 여겨 이 나무에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살아있는 나무에게 벼슬을 내린 예는 아마 이 지구상에 전무후무 할 것인바, 이렇게 貴하디 貴한 老松의 가지가 몇 년 전에 크게 훼손된바 있었으며, 이번에 내린 폭설로 인하여 또다시 몇 개의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을 겪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산재해있는 수많은 문화재의 보호, 관리가 관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소위 관광농업 군이라 칭하는 보은지역의 상징인 정이품송만은, 몇 년 전 훼손의 경우를 거울삼아 좀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보호, 관리를 하였다면, 이번과 같이 또 한번의 상처를 입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때는 대통령의 집무실 배경에 화려하게 정이품송의 이미지가 장식되어 있었고, 관선, 민선의 역대 도지사들도 의례적으로 “충북의 관문 속리산....”이라는 수식어가 취임사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일본 동경의 도꾜타워 등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시설임에도 연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그로인해 막대한 관광수입을 얻고 있는 터, 그러나 수백 년 전에 자연이 남겨준 보물,“보은 속리산”의 상징으로 전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온 정이품송의 고귀함을, 어디 인위적으로 제작시공된 철골조의 에펠탑이나 도꾜타워 등의 시설물에 비하랴!

동학공원조성도 환영한다! 삼년산성 문화재 발굴 및 개발도 환영한다! 오장환 문학제의 발전과 생가복원도 환영한다! 국민체육센터 건립도 환영한다!
그러나 600년 희로애락의 역사를 간직하고 보은의 장래를 함께 지켜갈, 정이품송의 찢어지는 아픔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야 될 것이다.
/최 석 주(내속리면 사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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