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외면 산대2리 신 개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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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외면 산대2리 신 개 울
  • 송진선
  • 승인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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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압박에 굴하지 않고 창씨개명 거부한 마을
그동안 특별한 의미 없이 지나쳐왔던 산외면 산대2리가 새롭게 부각된 것은 최근 마을 전체 주민들이 일제때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부터다. 군내에 이런 마을이 있었구나 감탄하면서 지난 24일 산대2리(이장 류재헌, 51) 신개울 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두런두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큰 솥에 콩나물 밥을 해서 한 그릇씩 비벼먹던 주민들에게도 화제가 된 창씨개명을 거부한 마을의 역사를 들어본다.

문화 류(柳)씨 집성촌
부녀회장 신경자씨, 지도자 류재풍씨, 노인회장 류근원씨 등 60여명이 거주하는 산대2리는 동쪽은 오대리, 서쪽은 이식·중티, 남쪽은 길탕리, 북쪽은 어온리에 접하고 있다. 원래 내북면 지역이었으나 산 속에 터가 되므로 산대(山垈)라 했는데 일제 때인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신포, 재동, 모정을 병합해 산대리라 하고 산외면에 편입되었다. 자연 마을 명인 신개울의 어원은 물이 없는 냇가라는 의미이다.  마을 앞에 개울이 있지만 겉으로 흐르지 않고 지하로 흘러 보통 비가 아니고는 개울에 물이 없다.

마을 또한 어느 마을에서나 다 볼 수 있었던 정겨운 모습이었지만 이 마을의 특징은 문화 류씨 집성촌이라는 점이었다. 20가구 중의 주민 중 13가구가 문화 류씨 후손이다. 담을 이웃하고 있는 앞집, 뒷집, 옆집 모두가 형님, 대부, 아저씨 큰 조카 등의 촌수로 주민들이 구성돼 있어 사실 담장만 따로 하고 있는 한 집안인 동네였다. 산대리 신개울 마을의 역사를 주민들은 400여년 전으로 짚었으며 마을의 유래도 문화 류씨에 근거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마을 유래비에 적힌 내용으로 보면 1674년 호조 참판을 지낸 류기문의 아들 온이 이 마을에 정주한 이후 지금까지 그 자손이 누대에 걸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 문화 류씨의 인척인 여산 송씨와 풍양 조씨 3성 만이 거주하다 이후 문화 류씨 외에 경주 김씨, 죽산 박씨, 안동 김씨, 평산 신씨, 평창 이씨까지 6성이 살고 있다.

류재헌 이장은 신개울 마을을 중심으로 길탕, 오대, 가고리가 원을 이루고 있는데 이 안에 있는 산이 모두 류서방 산이고 그 안에 터가 있어 산대리라는 지명이 붙여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제때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조상에 대한 존경과 함께 꼿꼿한 선비정신에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창씨개명 집단적으로 반대
아버지, 그 아버지, 또 그 아버지…. 누대에 걸쳐 이어져 온 성을 감히 누가 바꿀 것인가?그것은 자기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자신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들의 강압에 의해 성과 이름을 바꾼 적이 있다. 당시는 창씨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산대2리 신개울 마을 주민들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로 드러나 비록 성은 달리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신개울 마을 주민들은 일제 때 창씨개명(創氏改名)을 거부했다며 마을 전체를 사적지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개울을 사적지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한 주민들은 보은군에 증빙자료로 행정기관의 호적·제적부와 산외초등학교 학적부 사본을 제출했다.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신개울 마을 출신 류흥렬(74. 청주시 금천동)씨는 그동안 국사편찬위원회와 정신문화연구원, 대학교수 등에 자문을 구했는데 산대리 마을 전체가 창씨개명을 거부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이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것은 당시 류씨 집안의 어른이 씨를 바꾸면 안되다고 엄명했기 때문이었지만 창씨개명을 하지 않아 겪은 고초는 보통이 아니었다.

류흥렬씨는 “산외초등학교 17회 졸업생인 자신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을 하지 못해 해방이 된 후 중학교에 진학했으며 일본 유학 중이던 사촌형은 한국으로 쫓겨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류씨 문중의 비가 훼손되고 문중 어른의 집을 불태워 서책 등 각종 문화재 급 귀중한 자료가 불에 타는 등 고초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산대1리에서 신개울로 넘어가는 작은 고개에 있는 300년된 굴참나무 4그루는 망을 보던 곳으로 일본 순경들이 마을 쪽으로 오면 도망가라고 신호하고 붙잡히면 매달려 몰매를 맞았던 역사적 상흔이 서려있다며 현재는 군 보호수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성을 지켜왔는데 일본은 지금도 조선 사람이 원해서 창씨개명을 했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더구나 북한에서는 창씨개명에 대한 보상을 일본에 청구한다는 논의까지 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그런 치욕을 당했으면서도 대항하지 않고 정부에서는 그런 일본의 망언이 있으면 유감이다라는 표현에 그치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신개울 마을을 사적지로 지정하자는 것은 한 씨족을 우상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창씨개명이 조선인의 자의가 아닌 일본인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고증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례가 될 것이며 또 이를 증명하는 각종 자료의 상당부분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계기로 자료도 제대로 보관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군 담당자는 사적지 지정을 요구한 신개울 마을에 대해 충북도가 발주해 조사하고 있는 등록 문화재 목록에 포함해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효촌 마을로도 유명
또하나 유명한 것은 삼효촌(三孝村) 마을이라는 점이다.
마을 유래비에서는 충효와 면학을 으뜸으로 실천해 많은 이의 칭찬을 받았던 류진호·상길·상좌·상태·병욱·병호·봉운과 효부 죽산 박씨가 충청북도지에 수록되었을 정도로 효자, 효부가 많아 삼효촌이라 불리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 마을에는 옛 선현들 부터 지켜온 향훈(鄕訓)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첫째는 선조에게 보은(報恩)하라는 것이요, 둘째는 후손에게 본(本)이 되라이며 세째는 인류에게 천(泉)이 되라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 아랫사람이 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에게 전해지도록 행동하게 하고 있다.
 
이는 집성촌으로 씨족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행동거지의 요령이지만 한 가문, 씨족에게 국한하지 않고 그들의 모범적인 행동이 인류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게 한 것이다. 이 향훈은 현재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뿐만 아니라 이 마을을 뿌리로 하고있는 사람들이 지켜야할 덕목을 삼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통 살아있는 체험마을 조성
류재헌(51) 이장은 “서슬 퍼런 일제의 압제에도 자존심을 지킨 우리 마을을 사적지로 지정해 역사적 증거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전통있는 마을을 도시민들이 휴식도 취하고 영농도 체험할 수 있는 마을로 가꿔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담배가 주 작목이었던 산대2리는 지금은 담배와 함께 배추, 양배추 등 채소에서부터 사과와 복숭아, 인삼, 고추, 호박 고구마까지 고소득을 올리는 작목이 다양해졌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재배해온 노란색 고구마는 그동안 직거래로 아는 사람들에게 판매를 해왔는데 지난해에는 크게 인기를 끌어 주문물량을 다 대주지 못해 올해는 황토 호박 고구마 식재면적을 크게 확대하고 군에 포장재 지원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닐, 농약, 비료 등 자재비와 인건비 지출이 커 실제 순수입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해 도시민들에게 깨끗한 마을의 환경도 팔고, 농산물도 팔아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농촌체험 테마마을 조성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류재면씨가 황토방을 건축, 팬션으로 운영하면서 도시민들이 각종 농사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들도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수 농가들부터 동참, 향후 민박 사업도 전개하겠다는 생각이다.
 
창씨개명을 거부한 조상들의 대쪽같은 선비정신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농촌 체험마을로 거듭날 신개울의 모습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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