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하(보덕중학교 16회)
동문 모두가 고향의 명산 구병산 산행을 기다렸겠지만 적암리 출신인 나는 남다르게 향수에 젖어, 적암과 구병산을 동문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도취하여 산행 공고를 무척 기다렸다. 그러던중 9월 29일 우리들의 이야기난에 고향으로의 초대가 게제되었고 근엄하신 홍범식회장님의 전화도 받았다.동문 모든분들이 지척에 명산을 두고도 오르지 못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산행 중에서도 가장 멋진 산행이 되어 고향의 흐뭇함을 모두 간직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기에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드디어 10월12일. 산행일 07시02분 사당역 출발장소에 닿았다. 남자 36명 여자10명 출발시간은 07:17분. 다른 어느 산행 때보다도 잘 지켜진 출발이다.
차창밖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오곡백과가 전개되고 산에는 단풍들이 줄지어 가고 회원마다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버스는 10시경 적암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는 보덕 총동문회장님 이신 권형국 8회 선배님을 비롯 16회 구환서 군의원, 노재덕 농협조합장, 최광언, 김철순동문 등 여러분들이 나와 계셨고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보덕동문 산사랑회 구병산 등반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홍범식 회장님께서는 역시 고향이 좋다며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적암리를 소개할 기회를 놓치고 10시 20분경 휴게소를 출발 산행에 들어섰다. 내가 자라고 늘 다니던 마을 한 복판을 따라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구병산과 시루처럼 놓여있는 시루봉을 감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12회 구능회 선배님를 비롯하여 처음 오는 동문들께 설명을 하며 곁들여 고향에 남은 친구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망도골이다.
임진왜란을 비롯해 각종 전쟁시 망을 보며 적의동태를 살핀 곳으로 지금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는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곳이다. 중태기들이 한가로이 움직이는 개천을 따라 맑은물 구경하며 가려는데 영길선배가 다가온다. 항상 웃음으로 답하는 다정한 분이다. 요왕 바위 앞을 지나며 어릴 적 적암의 어른들께서 자식 잘되라고 건강하라고 소원 성취를 기도하시던 모습을 되새기며, 적암리 샤머니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은데 산을 오르기가 바쁜지 다들 갈 길이 바쁘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다들 힘들다고 야단이다.
특별히 산행에 참여한 관기리 철순이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오전 11시 정수암지에 도착했다. 정수암 약수는 7일간 생명을 연장하고 스님들을 6개월 안에 하산시켰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샘물을 먹으면 정력이 주체 못할 정도로 넘친다니 그러고 보면 비아그라 옹달샘이 아닌가. 산사랑 동문들은 정력이 세진다는 정수암 옹달샘물로 목을 축였고 힘을 받아 다시 산행을 이어갔다. 지금부터는 깔딱고개. 우리대열에 있던 옥란후배의 숨소리가 점점 가빠지고 산행을 하는 동문들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쉬어가자는 소리는 여기저기에서 메아리치는 사이 이선옥 후배의 맑은 목소리가 산자락을 울리고 ‘어엿차’ 여차 소리는 반복되어 가는데 회장님께서는 ‘선두 쉬어’하신다. 바로 웃절터이다. 지난밤 선옥이와 산사랑 만남에서 오대산 옥수수 술과 내가 지난 주 구병산에서 채취한 능이버섯안주로 쐬주 한잔하자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대로 술상을 차리는 자리가 되었다.
막걸리와 능이버섯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숙희, 진이 등등 후배들과의 한잔은 정말 맛있었다. 양이 적어 여러 선·후배님들과 같이 함께 하지 못해 죄송스러웠다. 지금부터는 급경사중 급경사! 동문들의 체력은 뚜렷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암절벽으로 이루어진 853고지, 신선대 등의 능선을 따라 붉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에 넋을 잃고 걷다보니 구병산 정상(876m)이다. 시차를 두고 산사랑회원들이 모두 정상에 모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행을 계속한 철순이도 무사히 정상에 올랐고 총무인 김숙희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종희, 복자, 진이, 선옥, 옥란, 효순 등등 ....고행 후에 맛 본 정상에서의 광경은 환상적이었다. 이준현 선배가 가지고 오신 복분자술과 양정연 선배가 준비하신 조껍데기술, 그리고 이선옥 동문이 요리해온 야들야들한 문어무침으로 정상주를 돌아가며 마신다. 기분이 상쾌하고 날아갈 듯하여 신선이 된 듯하다. 구병리의 청정함과 바둑판 같이 잘 정리된 적암리. 확트인 보덕의 앞자락은 신선대가 따로 없음을 확인시킨다.
1시 20분 하산!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되었다. 구능회 선배님 발에 쥐가 났다하여 무척 마음아파 했는데 정상 바로 아래 하산 길에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정상에서 시 한수 읊는 것을 뵈었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하산 길은 시모골 신선대 계곡이다. 가파른 경사길로 아차 실수하면 미끄러져 다치기 일쑤이다. 하지만 모두들 다람쥐 이상으로 잘들 내려간다. 선옥이의 노래소리가 메아리친다. 선녀와 함께 내려가는 기분이다.
김영식 선배님 최태현, 김숙희, 김 진 후배들과 신선대의 멋진 동양화를 구경하고 신선대에서 선배님이 남겨오신 병뚜껑 신선 잔으로 한 잔 드니 황홀감이 극에 달했다. 무서워하며 신선대 앞에서 발길을 멈추기도 했던 멈춘 선옥이, 옥란이와 함께 신선대 밑 나무다리를 통과 시원스런 시모골 길을 돌아 위성 지구국 옆으로 새창고개를 지나 어느새 망도골에 도착했고 반가운 동네 형님들과 아주머님들도 만났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우리들은 고향친구 태석이 집에서 점심겸 뒤풀이를 가졌다. 돼지 한마리, 막걸리 한통, 소주 두 박스, 맥주 한 박스, 그리고 구수한 배추된장국의 고향의 맛으로 가득채운 정성스런 상차림을 받고 넉넉한 고향의 인심에 가슴이 따뜻해져 옴을 느꼈다.
총동문회장님, 산사랑회 선배님, 구의원, 농협조합장 등등의 건배가 이어지고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해 나가자!는 나의 건배 제의 후에도 술잔이 몇 순배 돌면서 선배 후배님들의 정겨운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오후 5시 뒤풀이를 마감한 일행들은 멀어져 가는 고향을 뒤로하고 서울로만 향해 달리는 버스에는 몸만 실은 채 마음은 고향에 남겨두었다. 가을의 곡식을 거두듯 한사람 한사람 모여들어 가득찬 뒤주가 되어 가는 알찬 보덕동문 산사랑회! 다시한번 화이팅을 외친다. 산행때마다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이끌어 주시는 홍범식 회장님을 비롯 이영길 부회장님, 김영환·김숙희 총무님 등 집행부 임원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후배들에게 귀감인 성종욱선배님, 이준현선배님, 김창우선배님, 양정연선배님, 김영식 선배님, 강신문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그 외에도 16회 진희, 현구, 창송, 문신, 병두, 유성, 종희, 복자 그 외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한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권형국 총동문회장님을 비롯 임원과 적암리 손대선 이장 내외, 김봉원 내외 최광언, 구길선 내외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보덕동문 산사랑회 파이팅! 보덕동문 산사랑회는 산행을 통하여 동문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회원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2001년 11월 18일 첫 등반을 시작한 이래, 올해 10월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24회의 등반을 마쳤다. 매월 둘째주 일요일에 실시되는 정기산행에는 3회부터 37회 동문까지 약50여명의 회원이 참가하여 6시간이상을 강행군하고 있으며, 회장 홍범식을 비롯하여 정회원 62명, 비회원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인터넷 아이러브스쿨에 ‘보덕동문 산사랑방’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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