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의 컴맹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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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부의 컴맹 탈출기
  • 보은신문
  • 승인 2003.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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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윤 숙(51. 보은 학림1, 보은농협 고향주부모임 회장)
다른 해 보다도 올해는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 내일모레가 말복인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 지는 것이 가을맞이 준비에 마음이 바빠지는 것 같다. 오늘은 보은농협에서 마련한 취미교실과 정보화 교육이 있는 날이다. 먼저 일기 예보를 보았다.  비는 안오고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이 낀다고 한다. 고추 손질한 것을 한마당 널어놓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9시가 되어가는 것이 은근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딸아이한테 재촉을 했다. 딸아이에게 9시반까지 농협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하니 ‘우리 엄마 매일 바쁘셔서 큰일났네요’라고 한다.

열심히 배우고 오시라는 딸아이의 말을 뒤로한 채 농협을 향해 달렸다. 보은농협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회원들이 나와 계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육 장소인 보은정보고등학교에 도착하니 보은농협 유승학 지도과장과 연용덕 여성복지과장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교육에 참여한 고주모 회원들과 농주모 회원들의 표정이 다소 긴장한 듯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이윽고 강사가 교육장으로 들어오고, 꽃사지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사가 예쁜 모양의 꽃사지 만드는 재료를 내놓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활속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꽃잎을 하나둘 붙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성을 듬뿍 넣어 만들어 놓은 꽃이라 그런지 신기하게도 이내 아주 예쁜 꽃이 되었다. 비록 아둔한 손놀림이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로 너무도 진지한 회원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 오후에는 정보화 교육이 시작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독수리 타법’으로 더듬더듬 컴퓨터를 다룰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교육을 받는 것은 처음인지라 어린아이처럼 너무도 흥미롭고 신이 났다. ‘어머! 강사선생님, 애가 어디로 사라져 버렸어요’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애써 입력한 내용이 어디론가 사려져 버린 것이다.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어머님, 살짝만 클릭하세요.’

‘마우스는 애인 다루듯이 살짝 다루셔야 해요’ 라고 말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던 내용들을 다시 찾아 주시는 강사.

모두들 ‘애인 다루듯’ 이란 강사의 유머섞인 말에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이리저리 컴퓨터를 다뤄보니 어느새 나는 컴퓨터에 점점 익숙해지고 마우스도 제법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수준에 올라 갈 수 있었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 것은 없구나!’란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1교시, 2교시, 3교시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이 이토록 흥미롭고, 기분 좋은 일인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늘 어렵게만 느껴졌고, 우리들하고는 별개일 거라고 느꼈던 21세기 첨단 문명의 상징인 컴퓨터가 내 손에 의해 이렇게 움직여 준다는 것에 참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어느새 3시간 동안의 강의가 모두 끝이 났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교육이었지만 컴맹에서 탈출했다는 성취감은 내 삶에 지혜와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함께 교육에 참석했던 회원들 모두가 시종일관 진지하게 교육에 열중하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행복해 보였다. 앞으로도 이런 유익한 교육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 농업인의 문화적 가치 향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 이번 교육은 여성조직 활성화와 회원들간의 유대강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컴맹탈출! 50대 아줌마에게 컴맹탈출은 올 여름 지루했던 장마기간에서도 나의 생활을 보다 가치있게 느끼게 해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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