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사랑의 편지를' 가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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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사랑의 편지를' 가족에게
  • 보은신문
  • 승인 199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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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씨(보은 교사)
요즘 화려한 꽃들의 축제속에서 뿜어내는 향기로움은 잠자던 마음의 푸른 향기를 일깨워 주고 있는듯 하다. 어느 시인은 「사월보다 다정한 오월」이라고 노래 하였는데 주부들이 맞이한 오월은 사월보다 다정하지는 못하리라. 그것은 자녀들 소풍과 어린이날 어버이날등 각종 행사가 많아서 가정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심신건강을 염려하고 소중한 가정을 행복의 밭으로 일구어 가는 아름다운 모습의 주부들. 가정의 평화는 공유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를 부부가 함께 져야 한다고 본다.

행복 만들기는 가족의 노력하에 많은 방법이 있겠는데 그중 편지를 주고 받는것도 효과적이란 생각이 든다. 행복감으로 가슴이 벅찰때나 가족간의 갈등과 이해가 요구될 때 진솔한 마음을 담아서 편지로 보낸다면 가족간의 공감과 신뢰는 커지리라 본다. 작년 11월에 농촌주부를 대상으로 편지를 공모한 적이 있다. 대상은 남편, 친정과 시댁을 포함한 어머니 그리고 자녀였는데 30편 정도가 접수되었다. 그 편지를 읽어보니 끈끈한 모성애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어떠한 한이 서린 여심을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공모후 뒷이야기가 많았다. 돌아가신 어머니께 편지를 쓰면서 이틀 밤을 눈이 퉁퉁부을 정도로 울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지난 4월 어떤 분의 고백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빈농인데다가 부모, 조모, 누이동생등 대식구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그 뒷치닥거리로 정작 자기 자녀는 돌보지 못하고 살았단다. 그리고 남편은 술을 자주마셨고 주정도 심하였다고 한다. 결혼후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결혼하여 20년간 살면서 힘겨웠던 점과 그래도 지금까지 버틴 것은 모두 당신만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앞으로 술을 마시고 주정하면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편지를 쓰면서부터 마칠때까지 눈물을 흘려서 쓰고 난 종이에 군데군데 얼룩이졌단다. 편지를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잔뒤, 이튿날 아침밥을 짓는데 남편이 잠깐만 들어오라고 하여 가보니 편지를 읽었더란다. 남편은 그분의 손을 꼭잡고 당신의 마음고생을 몰라주어 미안하고 앞으로는 속안끓일테니 잘 살아보자고 하며 눈물을 떨구더란다. 그 분도 설움이 복받쳐 실컷 물었다고 한다. 20여년만에 처음 서로의 마음이 일치되는 것 같았고 울고나니 가슴이 꽉 막혔던 것이 평 뚫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정말 자기한테 잘해준다고 하며 그때 편지는 공모에 제출하지 않았지만 그런 기회를 준 내게 고맙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분의 모습에서 잔잔한 여유로움이 흘렀고 상큼한 아카시아향이 나는 것 같았다. 나역시 기뻤고 바로 이것이 내일에 대한 보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글보다도 훨씬 더 많은 말이건만 말로 옮기기에는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 편지로 마음을 전하면 어떨까?

남편의 뒷모습에서 문득 외로움이 발견될때 아내가 남편에게 평소 가정의 살림과 자기일에 열심인 아내에게 남편이,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수시로 진실되고 따스한 온정이 묻어나는 감동어린 사랑의 글을…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며 각자의 삶에 활력소가 되리라.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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