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의용소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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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의용소방대
  • 송진선
  • 승인 1990.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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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에 청춘을 바치는 의로운 사람들…
불을 가까이하는 겨울철만 되면 이곳 저곳에서 불이 났다고 난리다. 그래서 몇 천만원의 손해를 봤다. 몇 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아찔함을 대문짝만한 신문 표제속에서 그리고 시커먼 연기로 가득찬 화재 장면을 내보내는 TV화면에서 느끼게 되곤 한다.

그런 화재장소에는 의례껏 두려운 눈으로 불끄는 장면을 구경하는 사람과 방수복과 방열복, 방수모를 푹 눌러쓰고 두껍고 무거운 물호스를 들고 불이 나나 건물에 물을 뿜어대며 인명구조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작은 불이건 큰 불이건 위험을 무릅쓰고 불끄는데 앞장서는 불굴의 인간, 의용소방대원들이다. 의용 소방대원들은 예전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한다.

<70년대 시골 어느 마을에 불이 났다. 초가 지붕에 서까래, 가구 등이 모두 나무였던 탓에 땔감인 양 불은 잘타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마을 확성기를 틀어 '앵-'하는 비상 신호음을 내고는 불이 났다고 알린다. 사람들은 양동이, 세수대야, 함지박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손에 들고 불난 집에 모인다. 물을 계속 퍼 붜대지만 물 붓는 시간보다 불이 번지는 시간은 더 빨라 어느 새 집은 재가 되고 말았다…>

이런 원시적인 화재진압이 발달해 내가 사는 마을에서 불이나면 최대한 빨리 불을 끄겠다는 의지를 가진 의로운 사람들에 의해 1958년에 처음 조직되었다. 바로 의용소방대의 첫 조직인 셈이다. 처음에는 경찰서에 소속돼 있다가 1976년 1월 1일 민방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소방대원들의 소속도 경찰서(치안본부)에서 민방위본부로 이관됐다.

의용소방대는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봉사 단체이므로 강요에 의한 가입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대원들의 자격은 그 지역에서 거주하는 25세이상 55세미만의 남자와 20세이상 50세미만의 여자면 모두가 입회자격이 있다.

현재 보은군 의용소방대 조직은 보은군연합회(회장 김인섭), 보은읍 의용소방대(대장 신현두), 내속리면 사내 의용소방대(대장 김인섭), 내속리면 상판 의용소방대(대장 여동기), 내속리면 부녀소방대(대장 이민자), 외속리면 의용소방대(대장 조병우), 마로면 의용소방대(대장 김범식) 탄부면 의용소방대(대장 권현찬), 삼승면 의용소방대(대장 박수근), 수한면 의용소방대(대장 민병윤), 회남면 의용소방대(대장 양승두), 회북면 의용소방대(대장 김영배), 내북면 의용소방대(대장 김원기), 산외면 의용소방대(대장 김종구)로 총 13개 대로 조직되어 있고 보은읍 50명, 각 면 30명, 부녀소방대 30명 총 4백10명의 의용소방대원이 화재진압에 활약하고 있다.

각 소방대에서 갖추고 있는 소방장비로는 소방차 9대, 구급차 1대, 동력 소방펌프 4대이고 각 소방대마다 A·B·C식(유류·전기·일반불 소화식) 소화기를 고루 갖추고 있다. 한편 의용소방대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을 보면 경력이 평균 10년이상 30년까지로, 대원들은 거의가 소방업무에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의용소방대 조직 당시부터 대원으로 30년 이상 봉사를 해온 보은읍 의용소방대장 신현두씨(67)는 “지금 소방대원 노릇하기는 참 쉬운 편이죠, 처음에는 전문적인 장비도 없이 불난 장소에 가서 우왕좌왕대는 사람들속에서 재래식 펌프로 불을 끄다보면 어느새 다타버리기 일수였어요. 옷은 옷대로 다젖고―”

의용소방대의 산증인이기도 한 신현두씨의 말처럼 6,70년대의 소방장비는 있어봤자 완용식펌프뿐이었다. 이 완용펌프는 기구 1대에 9명의 인원이 필요하고 꼭 우물이 곁에 있어서 펌프로 퍼올려야 하기 때문에 화재진압속도가 느려 불난 집 주인으로부터 완성을 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완용펌프에서 소방차가 등장하고 동력펌프가 나오면서 화재 진압은 훨씬 수월해졌다.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으면 전대원들에게는 불시 출동요령으로 비상 연락망을 통해 연락이 취해져 대원들은 차고이탈 3초 이내로 출동, 현장 도착을 가장 빠른 시간내에 할 수 있도록 비상행동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대원들은 소방차 안에서 방화복과 방화모를 착용해야하는 1분1초의 시각을 다툰다. 이들의 이러한 수고에 가끔 장난전화가 걸려와 곤욕을 치르게 하기도 한다.

화재신고를 받고 불이 난 장소에 갔을 때 화재가 없는 것을 보면 다행이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힘이 빠진다는 정희문 보은읍 의용소방대 부대장은 “불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만약 장난전화로 인해 진짜 불이 난 곳에서 119로 전화했을 때 통화가 안돼 피해를 입을 경우가 있다”며 허위전화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보은군 의용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에 참여한 대형화재는 87년 1억6백98만7천원의 피해액이 산출된 대동 정미소 화재, 89년 2억1천7백만원의 피해를 낸 화신직물 화재사건, 90년 5천7백60만원의 피해를 낸 정광산업 화재이다.

이 대형화재는 보은군내의 소방차로도 부족해 청주와 옥천지역의 소방대에서 지원해 조기진화를 할 수 있었으나 각 건물 내에 있는 내용물이 불에 약한 것들이어서 많은 피해액을 냈다. 이렇게 의용소방대는 화재가 발생하면 유능한 대장의 화재진화 지휘아래, 숙련된 대원을 앞에 배치하고 소방경력이 적은 대원을 뒤에 배치해, 한치의 오차 없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불을 끄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김인섭 보은군 의용소방대 연합회장(51)은 “소방대라고 해서 불끄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풍·수해가 났을 때에도 대원들은 인명구조 및 복구작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라며 “불이나면 소방대가 도착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데 이때 화재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할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와같이 남자대원들이 앞에서 불을 소화하는 작업을 한다면 관광지의 특성을 고려해 창립된 내속리면 부녀소방대 대원들은 화재진압보다는 화재예방 홍보활동, 환자발생시 응급처치로 위급한 생명을 구하고 자연보호 캠페인 등의 활동을 벌인다.

부녀소방대 이민자 대장(48)은 “처음에는 남편들의 반발이 심해 위축이 됐지만 요즘은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 소방대 대원으로서의 자부심도 크다" 며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불이 나거나 위급한 일이 발생할때마다 부녀대원들이 전부 나와 협동심을 발휘하여 주민들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자부심 강한 미소를 짓는다.

인간의 의사에 반해서 일어나는 불을 화재라고 하고, 반드시 소화를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는 화재라고 한다. 이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업무에 청춘들 다 보낸 또는 보내고 있는 사람들- 단 한푼의 보수없이 오직 봉사로써 일관해온 이들 의용소방대원들은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겨울날을 꼬박 긴장속에 보내고 있다.

이들 의로운 사람들의 공을 인정이라고 하듯 84년 김인섭씨가 국민훈장 동백장, 87년 신현두씨가 국민훈장 석류장, 그 외의 여러 대원들이 내무부장관상, 충청북도지사상, 군수상 등이 수여되었다. 그들의 긍지를 새겨넣은 여러 상패들은 수상자 개개인보다는 의용소방대 대원 모두의 자부심을 일깨우며 그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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