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같은 우리 누님 부디 장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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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같은 우리 누님 부디 장수하세요”
  • 보은신문
  • 승인 199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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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동생 뒷바라지에 바친 서선희 할머니 환갑잔치
지난 18일 조용하던 석화리(덕동2구)가 한바탕 잔치로 온 마을이 떠들썩했다. 이날은 이 마을에 사는 서선희씨(61)의 환갑잔치날― '저희 형제를 어려서부터 어머니처럼 길러주신 누님의 은혜에 추호나마 보답코저…'라는 내용의 이색 초청장을 받아들고, 또는 초청장을 받지 않고도 소식을 전해들은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마을 주민잔치로 초겨울 짧은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서선희 할머니는 17살의 어린 나이로 시집을 갔는데 겨우 1년간의 결혼생활을 보내고 남편이 의용군으로 끌려가 지금껏 소식이 없다. 딸린 자식도 없이 생사도 확인 안되는 남편을 기다리며 15년간 시부모를 모시던 서할머니는 친정부모가 세상을 떠나 어린 두남동생만이 남겨지자, 친저에서 이들 두 남동생을 키우며 품을 팔아 대학교육을 시키고,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겨우 살림형편이 피면서, 조카들을 위안삼아 지내고 있다. 동생이 차려준 환갑상을 받으니 그저 기쁘고 감격스러워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는 서선희 할머니는 “동생과 올케, 조카들까지 나를 부모이상으로 생각해주니 그동안의 고생이 모두 잊혀지는 것 같다”며 다시한번 눈시울을 적신다.

또한 동생 서성복(47)씨도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어느 부모가 우리 누야(누나)처럼 보살피고 키워주겠느냐”고 말한다. 이들 남매간의 우애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깊다. 또한 젊은 시절 9년간 마을 부녀회장직을 맡아 탄부면 최고의 부녀회라 할만큼 부녀회를 활성화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던 서할머니의 부지런함은 어느 곳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서할머니의 시댁인 마로면 기대리의 정씨일가에서는 열녀가 났다하여 열녀비 건립문제까지 거론할만큼 일가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남편의 얼굴모습마저 희미해졌지만 시댁의 대소사에 발길을 재촉하는 그에게서 세태가 어수선한 요즈음, 맑은 샘물 같은 생활철학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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