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삶을 사는 날품팔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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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삶을 사는 날품팔이꾼
  • 송진선
  • 승인 1990.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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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다리로 날품팔이 3년을 해온 이덕우씨
이덕우(54)씨 그는 하루하루 품을 팔아야만 생계를 잇는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3년동안 남의 집 농사일을 다니면서 농사일이라면 안해본 것이 없어 '박사'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가 됐다.

인삼밭 풀뽑기, 과일나무 전지작업, 과일솎음, 고추심기, 담배심기, 고추따기 등 정상인도 벅차하는 일이지만, 앉아서 하는 일은 전부 할 수 있다며 불러만 달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은군내 구석구석은 물론 경북 화령, 하동까지도 그의 손길이 안닿은 곳이 없다. 그 덕분에 농한기인 겨울에도 그의 일손은 쉴 줄을 모른다.

이덕우씨가 목발을 짚게 된 것은 국민학교 4학년때 달리기를 하다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방광 골수염이라는 병명은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았고, 가난은 그에게서 배우는 즐거움을 앗아가 버렸다. “부모님들 원망도 많이 해봤지만 못난 아들을 위해 갖은 정성을 다하는 부모님들이 오히려 불쌍했고, 죄스러운 마음이었다”는 그가 80년도에 70만원을 가지고 죽전리에서 독립한 것은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44세의 나이에 불편한 몸으로 혼자 장사를 시작했을때 근면하게 생활하는 그에게 중매가 들어왔다. 아내를 맞이하여 버는대로 저축, 저금통장에는 태산을 이루기 위한 티끌들이 쌓여가기 시작했고, 남들이 시기할 정도로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갔다.

3년전 장사가 시원찮아 날품팔이를 시작한 이덕우씨는 “힘에 벅찬 노동으로 하루를 꾸리는 생활이지만 이제 10살난 하나뿐인 아들(삼산국교 3년)이 자기를 닮아서인지(?) 공부를 썩 잘해, 그녀석 뒷바라지에 보탬이 된다 싶으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매양 즐겁기만 하다”고

“우리집 보문단지가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 불쌍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주는 것이 바램”이라며 “올봄에 자그마한 집을 마련했어요. 10년동안 땀흘려 얻은 것이라 너무 소중하고, 나 같은 사람도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는 이덕우씨야말로 일하는 즐거움을 간직한, 진솔한 삶을 살아가는 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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