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북 중학교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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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북 중학교를 찾아서
  • 송진선
  • 승인 199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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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소나무숲 속 배움의 터전
보은에서 청주방면으로 30분정도 가다보면 푸른 숲으로 에워싸여 있는 자그마한 학교가 나타난다. 운동장 한 켠에는 학교 설립과 함께 자라온 소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어 숲속의 작은 집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을 덮어 마치 동굴과 같은 소나무 길을 만들고 있다. 이름하여 내북 중학교. 1971년 3월11일 내북면 화전리 5-1번지에 설립, 개교하였다.

비록 19년이란 짧은 역사이지만 17회에 걸쳐 총 2천3백8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자주 창조 도덕적 한국인 육성을 교육의 지표로 삼아 알차게 배우고 성실히 실천하는 학생을 키우기 위해 심홍섭 교장과 조항훈 여교감, 그리고 14명의 교사와 함께 2백33명의 학생들은 마음을 살찌우는 지식을 익히고 있다.

내북중학교 학생들은 의무교육 대상자 48명, 생활보호 대상자 66명, 농가학비 감면자 69명, 총 1백83명(78.5%)의 학생들이 학비를 감면 받아 교육을 받는 군내에서 가장 작은 중학교이다. 1학년 2학급, 2학년 2학급, 3학년 2학급으로 총 2백33명이라는 학생에 비하면 한 학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다.

그러나 그들 내북중학생은 과외다. 학원수강이다 하여 과열되고 있는 교육풍토에 젖지 않고 여름이면 신록의 푸르름을 읽고, 가을이면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여유와 고운 심성을 가꾸면서 자라고 또 꿈을 키우고 있다.

“도회지뿐만 아니라 읍내 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학생들 사이의 경쟁의식은 우리 학교에서만큼은 치열하지 않아요. 그리고 농촌이다 보니까 부모님 일손도 도와주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하는 이중의 책임이 있어, 교육환경이 우수한 도시에서 배우고 있는 또래의 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성적면에서 뒤떨어지기야 하겠지만, 학생들의 품성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심홍섭 교장은 학생들을 자랑했다.

'71년 3월18일 개교했던 당시에는 6학급에서 9학급으로 증설되었는가 하면, 78년 2월5일에는 다시 10학급으로 증설되어 숲 속의 작은 학교가 학생들의 배움의 목소리로 가득 배어 있었다. 그러나 모 그룹회사가 내북 염둔과 법주리 일대에 입주함과 동시에 이곳 주민들이 점차 도시로 이주하면서 차츰 감소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생수가 적은 것은 시골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지요. 우리 학교는 전체 학생이 2백명을 조금 넘다보니까, 학생과 선생님들 사이의 유대가 얼마나 돈독한 지 몰라요. 분위기가 가족처럼 화목하죠”라며 “학생들의 예절교육을 중접적으로 하여, 인사 잘하고 깨끗한 학교가 되도록 열심히들 노력하고 있지요”라고 말하는 군내 유일의 여교감 조항훈씨는 남달리 예절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의 마음가짐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하는 내북중학교에서 남달리 자랑하고 특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지난 '8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독서 및 짓기 시간의 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독서와 글짓기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의 독서열을 높이고 독서의 습관화로 정서를 순화시키며 건전한 가치관, 긍정적인 생활태도 지향으로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하고 올바른 비판력, 감상력,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고양에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양질의 도서 2천여권을 확보하여 매주 토요일 4교시를 도서시간으로 활용, 자율학습 시간도 독서시간으로 하여 매월 4째주는 짓기, 독후감 발표시간으로 학급에서 1명씩 발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것은, 학급당 3백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고, 학생들에게 발표기회를 줌으로써 적극적인 발표력과 교양을 쌓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스승과 같이 독서하는 문화를 내북중학교에서는 그들 나름대로 창출해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89년 7월24일 학교시설을 공군사관학교 야영훈련장으로 사용하면서 교류를 가지게 된 공군사관학교에서는 내북중학교가 독서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사관생도가 마련한 약 4백여권의 도서를 기증하기도 하였다. 또 하나, 타 학교에서 부러워하고 있는 것은 학교 유휴지에 수목을 재배하는 알뜰한 산 교육살림이다.

약 2천여평의 공간을 이용하여 나무를 재배, 학생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한편, 학생능력에 맞도록 1인 1수종에 1만6천그루 정도를 심어 교사와 학생이 협력하여 재배 기술을 익혀 가꾸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푸른 학원을 만드는데 크게 보탬이 되고 있다.

이들이 나무를 가구고 키워 판매한 금액은 1백43만4천원이나 되고, 땀의 보람인 이 소중한 돈은 그들에게 필요한 온수통 6개(학급당 1개), 신발장, 청소용구함 6개, 도서상자와 탁구대 등을 구입하여 교육환경 개선에도 한 몫을 했다. 따라서 학생들의 노력으로 학교가 가꿔진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였고 올해에는 화양목, 단풍나무, 쥐똥나무, 개나리 등의 씨를 파종해 벌써부터 파릇파릇한 싹을 틔우고 있다.

내년이면 이들은 또 그들이 가꾼 나무의 그늘에서 책을 읽어가며 스승의 은혜를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손때가 묻은 책으로 학교 안이 가득찰 것이며, 더불어 자연에서 배어나는 산교육을 여전히 익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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