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와 더불어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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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와 더불어 20년
  • 보은신문
  • 승인 199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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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보여줘 술 담배 끊게한 회북 오동의 이은근씨
“가계부를 정리하고 쓰다보니까 재미도 있어요. 이젠 아주 취미처럼 되어버렸어요” 회북 오동에 사는 이은근(58)씨는 가계부 쓰는 것이 즐거운 듯 말을 할 때마다 웃음꽃이 핀다. 이씨가 처음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이 1971년. 당시엔 살림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남편이 돈을 어떻게 썼느냐고 물을 때 제대로 답변할 근거도 없고 하여 지금까지 그날그날의 생활일기와 곁들여 20년간을 써오면서 절약의 습성이 배게 되었다 한다.

“71년 당시 남편이 하는 일도 뜻대로 안되고 4남매를 기르자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식량절약으로 항아리에 한달 먹을 양을 표시하고 부족한 식량은 밀가루음식으로 대신했어요. 또 교통비를 절약하여 버선 속에 넣어 장롱에 두었다 자식들이 학교에 쓸 일 있다면 그때 꺼내주고 되도록 걸어다녔어요.”

이씨가 가계부를 쓰기전엔 빚 5만원(현시가 5백만원 상당)까지 걸머지고 있었고 산골마을에서 별다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없이 가계부를 쓰면서 절약의 생활이 근면한 생활로 이어졌다. 이씨의 절약습성은 85년 남편(윤규훈)의 술값과 담배값이 22만 5천원으로 다른 해에 비해 많이 지출되어 가계부를 보여주었더니 아예 술 담배를 끊어버렸고 건강도 좋아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씨가 가계부를 처음 쓰던 71년도엔 전답 3천평이었던 것을 가계부를 써오면서 지금은 6천평으로 늘렸다. 또 4남매를 고등학교까지 가르쳐 살림을 내주었다. “처음엔 자식들도 가계부를 쓰는 줄도 잘몰랐지요. 가계부를 쓰면서 어려움을 이겨낸 지금 엄마를 자랑스러워들 하는 것 같아요, 손주녀석들도 내 생일이면 가계부 쓰라고 연필과 지우개 사오는 것을 잊지 않아요”하며 흐뭇해 한다.

“농촌에서 가계부를 계속 써나가려면 농번기때는 너무 바쁘고 하니까 메모지를 이용해서 기록했다가 일이 없는 비오는 날 메모해둔 것을 꺼내 옮겨 적어야 제대로 기록할 수 있어요”하며 가계부를 처음 쓰려는 농촌주부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이씨는 88년도 농촌진흥청 실적발표 가계부 부문에 장려상을 받은 것을 비롯 여러차례 상도 탔으며, 해마다 1백만원 상당 저축도 하고 있다. 앞으로 가계부 쓰는 것은 근력이 없어 쓸 힘이 없을 때까지 계속 쓸거라며 보다 짜임새 있는 내일을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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