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문고 운영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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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문고 운영실태
  • 보은신문
  • 승인 199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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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문고지도자 없고 행정 지원부족 아쉬워
새마을운동이 본격화 된 70년대 환경미화사업과 회관건립 등으로 부락단위의 많은 발전이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성숙을 가져왔다. 외형적인 환경사업의 일환에 때맞춰 농민들의 의식적 개혁의 필요성을 느낀 마을사람들이 농사기술 정보나 정서함양에 진작할 수 있는 방편으로 회관 회의실 옆이나 이장님댁의 사랑방에 마을문고 열람실을 꾸몄다. 마을문고 설립 초창기는 전체적으로 마을문고가 잘 운영되는 듯 했으나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문고지도자가 나서서 이끄는 마을을 제외하고는 거의 퇴색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급격히 증가한 이농현상으로 마을의 젊은층들이 농촌을 떠나게 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마을을 활기있게 이끌어갈 젊은층이 줄어들면서 부락단위도 소규모화 되었고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마을문고의 운영방침도 제대로 틀이 잡히지 못해 침체의 늪에 빠져들게 되었다. 군내 마을별 마을문고 운영에 있어선 실직적으로 꾸려나갈 문고지도자에 대한 교육적 배려의 부재와 마을별로 자율적 운영체제의 미흡 등으로 이름만 있는 명목상의 마을문고가 허다하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여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TV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이용률도 떨어져 더욱 마을문고의 운영은 해야할 몫을 잃게 되었다. 그러던중 85년도 새마을지회(회장 박상호)에서 마을문고에 대한 운영을 조사·파악하여 운영 가능성이 없는 마을을 정리하기 시작, 33개의 마을문고로 압축하여 분류했다. 장서 5백권 미만의 11개 마을문고는 기초문고, 장서5백권∼1천권 사이의 12개 마을문고는 자조무고, 장서 1천권 이상되는 10개의 마을문고는 자립문고로 분류했다. 그중 가장 잘 운영되는 곳이 회남면 조곡리 마을문고이다.

83년 5월 10이리 개관한 보은 문화원 내에 30평규모로 자리잡은 마을문고센터는 그동안 도서관보다도 이용율이 높은 실적을 보여 주었으나 올 1월 3일을 기해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40권의 대출과 50여명 꼴로 이용하는 마을문고센터가 이용층을 무시한 채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되어 가뜩이나 청소년 문화공간이 부족한 보은 읍내에는 학생들을 수용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졌다.

도서관의 이용은 너무 춥고 거리상 멀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는 것이 도서관 이용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그에 비해 마을문고센터는 읍내 중심지에 위치 해 있고 책의 대출이 도서관은 유료인데 비해 무료 대출로 이용편의를 제공, 83년부터 작년말까지 꾸준히 이용돼 온 셈이다. 장서 5천6백권과 열람실 40석 규모를 갖춘 마을문고센터는 그동안 건축설계업을 하는 이지훈(44)씨의 따스한 손길로 유급 상근직사서를 두어 운영해왔었다.

한편 회남 조곡리 마을문고는 85년 이전까지만 해도 사랑방 문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이상길(43 구 이장)씨를 비롯 청년회원들과 주민들이 폐품수집 공동작업 등으로 1백만원의 마을문고기금 조성과 경의헌 군수 재직시 5백만원의 지원금으로 85년 8월 마을문고 건물을 지었다. 또 마을문고 회관은 특수작물 가축사육 등 영농교육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기도 하며 문은 항상 열려있어 보고싶은 책은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곡리 마을문고가 잘 운영되는 것은 박범출(25, 마을문고 책임자)씨의 마을에 대한 사랑과 봉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저녁때는 아이들에게 직접 지도를 하기도 하며 동네 어른을 모셔다 경로효친에 대한 예절교육의 강연기회를 제공, 주민들의 융합을 꾀하는 장을 자주 갖는다. 또한 운영방법에 있어선 주민들의 협조아래 폐품수집을 통해 꾸려나가고 있다. 조곡리는 43가구 1백70명이 살고 있으며 마을문고의 장서 3천5백권, 열람실 20석 규모로 1주일 대출건은 50권 정도로 이웃마을에서도 이용하고 있다.

◇ 90년대 마을문고의 과제
보은 군내에서는 문화공간을 이용할 만한 공간과 제도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군내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는데 비해 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보니 균형있는 문화적 발전을 기하기가 어렵다. 새마을문고 센터에 근무하던 정용주(27)양은 “학생들이 책의 대출을 요구해도 제때에 대출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면서 “뭔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0년대를 맞으면서 다행히도 마을문고의 지원대책이 있을 계획으로 밝혀진 가운데 군내 면단위 마을문고 지원대책을 살펴보면 △ 90년도에 사내문고(내속문고지도자 이동락), 원남문고(삼승 신화식), 조곡문고(회남 박범출) △ 91년도에 새마을문고센터(보은읍 최명호), 새마을문고(마로 최상국), 평각문고(탄부 구홍서), 교암문고(수한, 민병윤), 문암문고(산외 김연환), △ 92년도엔 오창문고(외속 박영덕), 고새별문고(회북 유문현), 섬심문고(내북 김응록), 소여문고(마로 여방식)로 각 마을문고 당 2백70만원의 지원사업과 새마을 지회에서 양서모으기 운동을 전개, 양서를 보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33개의 마을문고 중 12개의 마을문고 지원은 아직 태부족인편이고 지원을 해주었을 때 뚜렷하게 지도해 나갈 문고지도자의 사명감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회남 조곡리 마을문고 책임자인 박범출(25)씨는 “군내에서 고장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새마을중앙회 보은군 새마을문고 지부장과 마을문고 책임자가 빨리 나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틀을 구축해야 한다”며 “군내 새마을 지회에서 지원하는 것도 마지못해 할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책을 신속히 보급하고 홍보 등을 통해 이용율을 높여가는 제도와 주민 스스로 자발적 참여의 폭을 넓혀야만 마을문고는 제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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