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의 허와 실’
철밥통 공무원,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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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의 허와 실’
철밥통 공무원, 이젠 옛말
  • 보은신문
  • 승인 2022.08.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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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공무원 매년 7.6명 사표
20대 3명, 30대 30명, 40대 5명
여성 60.5% 남성 39.5%
민원인에게 받는 스트레스 ‘퇴직 1위’

 

올해로 임용 2년 7개월 차에 접어든 김민준(24, 가명) 씨. 꿈많고 혈기왕성하던 대학 시절, 일단 합격만 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정년때까지 순탄하게 진행될 줄만 알았던 공무원에 대한 생각이 언제부턴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 동창 모임이라면 가능한 참석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좌절감은 김 씨로 하여금 더 이상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듣는 월급 얘기가 나오면 마치 참석해서는 안될 자리라도 되는 양 헤어질 때까지 바늘방석이었다. 그래도 학창 시절에는 누구 못지 않게 잘(?) 나가고 리더역할을 했었는데.
합격 후 김 씨가 맡은 일은 면사무소 민원업무. 처음에는 시골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그저 순진한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한번 불만을 갖기 시작한 민원인의 괴롭힘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시간만 나면 찾아와 괴롭힘을 즐기는(?) 민원인을 더 이상 응대할 자신이 없어졌다. 분명,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행했을 뿐인데 “그것도 못해 주느냐”고 대들때면 ‘이 짓 말고 할게 없겠는가’하는 마음에 당장에라도 때려 치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신의 직장’ 옛말
매년 7.6명씩 사퇴

옥천군 공무원 가운데 매년 7.6명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 한때 ‘철밥통’이라 불리울 정도로 젊은이들로부터 흠모의 대상이 되어오던 공무원이 언제부턴가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
옥천향수신문이 2018년부터 2022년 7월 말 현재까지 ‘옥천군 공무원 신규 임용 및 중도퇴직자 현황’에 대한 취재를 종합한 결과 매년 7.6명이 옥천군 공무원의 길을 접고 다른 지역에서 재임용이나 직업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옥천군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신규로 임용한 인력은 총 276명. 남자가 118명(42.8%) 여자가 158명(57.2%)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38명(13.8%)이 중도 하차했다. 1년에 평균 7.6명이 공무원으로서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특히 중도퇴직자 가운데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전체 중도퇴직자 38명 가운데 남자가 15명(39.5%)이고 여자가 23명(60.5%)였다. 여자가 남자보다 배 가까이 많다.
연령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도퇴직자 38명 가운데 30대가 30명으로 단연 압도적이었다.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로 공무원 월급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버겁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음으로 많은 중도퇴직자 비율을 보인 연령대는 40대로 5명(13.2%), 20대 3명(7.9%) 등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경쟁을 뚫고 합격한 공무원의 길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불행 중 다행이랄까,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그나마 긍정적인 이유로 이직(移職)을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재임용’이다. 다시 말해,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를 하고픈 것이다. 실제로 집은 대전인데 근무지가 옥천이다 보니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그래서 옥천군 공무원을 접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대전이나 청주와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임용 5년 차 이내 새내기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려고 내가 공무원 되었나”
최저임금보다 몇푼 더 받아

다음으로는 공직에 입문하기 전에 가졌던 공직의 길이 막상 공무원이 되고 나서 부딪히는 체감온도가 너무도 낮을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자신의 미래를 맡길만한 여건이 안된다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즉, 공무원으로서 갖는 자부심과 긍지를 실제 현장에서 받쳐 주지 못해 ‘이러려고 내가 공무원 되었나’하는 자괴감이 앞서는 것이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민원인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특히 신입 공무원들에게는 더 이상 버틸 힘을 상실케하는 주 요인이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민원인들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와 심한 경우 몇 날 며칠 동안 수면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매월 받는 ‘월급’. 옥천군 9급 1호봉이 받는 월급은 기본급 1,686,500원에 읍·면·동 수당과 자격수당, 세무업무 수당, 급식비, 직급보조비 등 각종 수당 465,000원 등을 합쳐야 2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기여금(연금)을 비롯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공제비, 조합비, 소득세 등 각종 잡비 520,000만 여 원을 제하고 나면 순수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은 1,780,000원 정도가 전부다. 즉, 한 달 내내 일하고 178만 원을 버는 셈이다. 이는 최저시급(9,160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1,914,440원을 조금 웃도는 금액이다. 연봉으로 쳐도 2,690만 원 정도다. 하루 8시간씩 일하고 받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보다 월 33만 원 더 많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업체에 근무하는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커 죽어라 일해도 따라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옥천군이 마음대로 월급을 올려줄 수도 없다. 공무원들의 월급은 행정안전부에서 정해준 대로 받을 뿐이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2022년 공무원 봉급표’(일반직 공무원과 일반직에 준하는 특정직 및 별정직 공무원 등)에 따르면, 9급(주무관) 초임(1호봉 기준)은 세전(稅前) 168만6,500원이며 8급(주무관) 1,720,300원, 7급(주무관) 1,929,500원, 6급(팀장급) 2,150,200원, 5급(과장급) 2,606,400원, 4급(국장·부군수급) 2,916,600원, 3급(부이사관, 도청 국장급) 3,403,000원, 2급(이사관, 도청 실장급) 3,771,900원, 1급(관리관, 부지사급) 4,189,900원 등이다. 다만, 지자체장은 정무직으로 일반 공무원과 달리 연봉제 적용을 받아 년간 99,642,000원을 지급받는다. 황규철 옥천군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리는 좁고 대기자는 많아
따뜻한 말 한마디 절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이 가장 기대하는 승진은 어떨까. 이 또한 녹록치 않다. 자리는 한정돼 있고 오르려는 사람은 많은지라 늘 경쟁에 경쟁의 연속이다. 실제로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하려면 평균 1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8급에서 7급 역시 2년, 7급에서 6급(팀장)은 3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후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우는 5급(사무관)으로의 승진은 9급에서 6급까지의 승진과는 전혀 다르다. 1개 부서의 장(長)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너무도 좁은 구멍인지라 상당 수 하위직들이 6급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6급에서 5급은 4년, 지방공무원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인 4급은 5급에서 최소 3년 이상은 근무를 해야 한다. 이 역시 규정상 그렇다는 얘기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옥천군 관계자는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의 길에 들어선 20~30대 젊은이들을 보면 늘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만 든다. 커피 한잔도 5천원을 줘야 마실 수 있는데 한달 월급이랍시고 2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어떻게 마음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겠는가, 모르긴해도 그 돈으로 대전이나 청주에서 출퇴근을 한다면 월급의 상당액을 도로에 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군에서 마음대로 월급을 올려줄 권한도 없지 않는가”라고 했다. 사정은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주로 젊은 청년들이 일하는 민원부서는 늘 바쁘게 돌아간다. 물론 아직은 행정경험이 부족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무턱대고 나무라서는 곤란하다. 민원인들 역시 이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 주었으면 한다. 모두가 아들같고 딸 같은 존재들 아닌가. 그들도 가정에서는 누구보다도 귀하고 훌륭한 자식들이다”(옥천군 A팀장)
옥천군은 2022년 7월 말 현재 9급 64명, 8급 161명, 7급 211명, 6급 216명, 5급 29명, 4급 4명, 출산휴가 7명 등과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연구사와 지도사, 경력관 등 34명을 합치면 717명의 현원이 근무 중이다. 정원은 734명이다.  
/남부4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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