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웃다 : 獨笑[1] / 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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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웃다 : 獨笑[1] / 다산 정약용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12.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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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8】
우주 만물의 원리도 얽히고설킨 인간의 구조와 다를 없을 것이다. 조화롭지 못한 것 같으면도 조화로운 구조가 생물의 원리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먹이사슬 먹이구물이 있고, 정중동(靜中動)의 원리도 입에 올리게 된지도 모른다. 다산은 실학의 선구자다. 그는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는 냉철한 통찰력을 갖고 비판의 석쇠가 무르익으면 마구 쏟아냈다. 어쩌면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 관찰했던 오언고시풍으로 읊었던 첫째수를 번안해 본다.

양식이 많은 집엔 자식은 귀하게 되고
아들이 많은 집엔 굶주림이 심하는네
고관들 머리 멍청하니, 재주 못핀 인재들만.
有粟無人食 多男必患飢
유속무인식 다남필환기
達官必창愚 才者無所施
달관필창우 재자무소시

홀로 웃다(獨笑)로 번역해본 장율(長律)인 첫 번째 구 오언배율이다. 작자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으로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실학자이자 개혁가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시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라는 시상이다.
실학의 이름을 걸고 개혁을 주장했던 한 선비가 있었다. 그가 구상한 실학의 뜻을 다 펴지는 못했지만 학문의 성숙은 18년 강진 유배지에서 무르익었다. 그러면서 만인들의 얼굴을 처다 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독소(獨笑)’를 ‘독소(毒笑)’로 보면서 불합리한 둣하면서도 ‘음양의 원리’에 의한 당연한 통찰력을 시문으로 쏟아낸다.
시인은 양식이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아들이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다고 하는 시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파안대소하며 혼자 웃는다. 조화롭지 못한 원리가 왜 이렇게 조화로운가 하면서…
그러면서 화자는 벼슬아치는 어딘가 멍한 곳이 있으며, 재주 있는 인재는 그 재주를 다 펴지 못하고 있음을 은근하게 한탄한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집안에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지극한 도는 늘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다]라고 했다. 역설적인 불합리와 불협화음을 지적한다.
【한자와 어구】
有粟: 곡식이 있다. 곡식이 많다. 無: 없다. 귀하다. 人食: 자식을 뜻함. 多男: 아들이 많다. 必: 반드시. 患飢: 근심과 굶주림.
達官: 높은 벼슬아치. 창愚: 어리석다. 멍청하다. 才者: 재주가 있는 인재. 無所施: 재주 펼 바가 없다. 재주를 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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