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사랑하려다 홀연히 날아가 버리네 : 春日江上卽事 / 몽암 이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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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사랑하려다 홀연히 날아가 버리네 : 春日江上卽事 / 몽암 이 혼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12.0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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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6】
원앙은 사랑 표현이 많은 조류다.
그래서 원앙새라 했고, 원앙금침이란 말도 스스럼없이 생겨났을 것이다.
사랑 표현이 부족한 사람에게 원앙의 그림자만이라고 닮아라 라고 했다. 사랑이 메말라버린 사람은 원앙의 모습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하루아침에 변하는 선현의 작품도 더러는 읽곤 했다. 활동하기에 좋은 어느 봄날 강 위에서 원안 한 쌍이 마주보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다 그만 고개 돌리는 장면을 보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바람 멎고 강물 맑아 작은 배에 오르니
두 마리씩 원앙새들 마주 보고 있다네
사랑도 뿌리쳐버려 머리 돌려 돌아보며.
風定江淸上小舟 兩兩鴛鴦相對浮
풍정강청상소주 양량원앙상대부
愛之欲近忽飛去 芳洲日暮?回頭
애지욕근홀비거 방주일모만회두

가깝게 사랑하려다 홀연히 날아가 버리네(春日江上卽事)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몽암(蒙菴) 이혼(李混:1252~1312)으로 고려 충선왕 때의 문신이자 시인이다. 예안백(禮安伯)에 봉해져 예안 이씨의 시조가 되었다. 예순한 살에 죽었으며 시호를 문장(文莊)이라고 하였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바람이 멎고 강물이 맑아 작은 배에 오르니, 두 마리씩 원앙새들 서로 마주하고 떠 있네. 그들은 가깝게 사랑하려다가 홀연히 날아가 버리니, 꽃다운 섬엔 해가 지고 있는데 느릿느릿 머리를 돌리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의 제목을 직역하면 [봄날 강가의 풍경을 보면서]로 번역된다. 글쓴이는 어느 날 강가를 거닐고 있었다. 불던 바랍도 멈추고 강물이 하도 맑아 작은 배에 올랐더니 두 마리씩 마주 하는 원앙새들이 서로 마주 쳐다보며 있었던 모양이다. 짝짓기를 하는 등 서로 사랑을 속삭이려는 참이었던 것 같다. 낯선 손님이 빈 배에 오르더니 자기들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고 그만 날아가 버린 상황에서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한가한 시간을 틈낸 시인은 몰아지경에 빠졌다. 원앙이 짝짝이 짝을 지어 노는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모양도 구경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싶어 빈 올랐다.
아뿔사! 이걸 어쩐담. 화자가 정작 보고자 하는 진풍경은 헛수고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가만히 그 풍경을 보고자 배에 올라타자 마자 원앙새는 짝을 지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화자는 꽃다운 섬엔 해가 지고 있으니 이제는 발길을 돌리려는 시상을 남기게 된다.
【한자와 어구】
風定: 바람이 멎다. 江淸: 강물이 맑다. 上小舟: 작은 배에 오르다. 兩兩: 두 마리. 鴛鴦: 원앙새. 相對浮: 서로 마주하고 떠 있네. 愛之欲: 사랑하려고 하다. 近: (사람이) 가깝게 하다. 忽飛去: 홀연히 날아가다. 芳洲: 꽃다운 섬. 日暮: 해가 지고 있다. ?: 느리게. 回頭: 머리를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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