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 날에 : 七夕 / 원수향각 (여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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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칠석 날에 : 七夕 / 원수향각 (여류시인)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07.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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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0】
칠월 칠석은 전설이 되어버린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난다고 안다. 두 별은 일 년 내내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이 날 하루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난다. 그런데 은하수란 파란 물결이 시샘하듯 가로 놓인다. 안되겠다고 결심한 까마귀들이 모여들어 직녀가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다리를 다 놓기도 전에 직녀의 흘린 눈물이 그만 비기 되고 말았다. 방울방울 흐르는 눈물이 빗줄기 되어 옷깃을 적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꼭두새벽 까치들이 은하수에 모였네요
직녀가 맑은 물결 건너도록 다리 놓아
사랑의 지친 눈물이 빗줄기로 흐릅디다.
烏鵲晨頭集絳河 勉敎珠履涉淸波
오작신두집강하 면교주리섭청파
一年一點相思淚 滴下人間雨脚多
일년일점상사루 적하인간우각다

칠월 칠석날에[七夕]으로 번역해보는 오언절구다. 작자 원수향각(元繡香閣:?∼?)은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와 행적을 자세히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꼭두새벽 까마귀 까치들이 은하수에 모여서, 직녀가 맑은 물결 건너게 다리 놓네요.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사랑의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린 빗줄기 슬픈 줄 모르고]라는 시상이다.
소치는 목동 견우(牽牛)는 유목부족의 청년이고, 베를 짜는 처녀 직녀(織女)는 농경부족의 처녀다. 이들 사이에 은하수(銀河水)라는 강이 가로놓여 경계선을 이룬다. 그러나 두 청춘남녀는 이런 경계선은 필요 없다. 마치 국경선과 같은 선을 넘어 서로 사랑을 속삭인다. 일 년에 단 한 번 부족 간에 교류가 있을 때 서로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시인은 은하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 청춘 남녀를 상상하면서 칠월칠석날 오작교 건너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본다. 그들만의 알찬 사랑의 만남을. 꼭두새벽임에도 까치들이 직녀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는다. 일년에 한번만 만나는 다리가 허물어 지지 않도록 어깨동무 하면서 만든다.
그런데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참으로 안타까워한다. 두 연인은 사랑에 지친 나머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서 시인의 옷깃을 적시니 한 줄기 비가 되고 말았다. 기다란 그리움 뒤에 짧은 만남과 다음에 이어지는 속절없는 이별은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에 하늘도 무심치 못해 빗물을 뿌린다는 것을 차마 모르고 까치들은 그만 떠난다. 한 편의 드라마다.
【한자와 어구】
烏鵲: 까마귀 까치들. 晨頭: 꼭두새벽. 集絳河: 은하에 내려 모여서. 勉敎珠: 힘써서 다리를 놓다. 履涉: .밟고 건너다. 淸波: 맑은 물결
一年一點: 일년에 한 번 만나다. 相思淚: 사랑의 눈물. 滴下: 적시어 내리다. 人間: 사람들. 雨脚多: 많은 빗줄기가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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