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비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 : 燕子樓 / 고불 맹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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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제비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 : 燕子樓 / 고불 맹사성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5.12.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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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1】
우리는 낙동강 하류에 자리 잡았던 가락국을 기억한다. 고대의 왕국이었다는 말로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수준 높은 문화는 삼국을 초월했음이 여러 유물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만 적절한 기록이 없을 뿐이다. 수로왕의 탁월한 영도력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런 점을 의식한 듯 연자루에 오른 맹사성의 마음은 번창했던 역사의 흔적을 찾는다. 제비도 옛날이 그리운 듯 옛주인을 부르고 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燕子樓(연자루) / 고불 맹사성
가락(嘉洛)의 남긴 터가 몇 해나 되었던가
수로왕 모든 문물 티끌로 돌아갔네
제비도 옛날이 그리운 듯 옛 주인을 부르면서.
駕洛遺墟幾見春 首王文物亦隨塵
가락유허기견춘 수왕문물역수진
可憐燕子如懷古 來傍高樓喚主人
가련연자여회고 내방고루환주인

저 제비는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燕子樓)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1360~1438)이다.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1360~1438)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고려 수문전제학 수문전제학 맹희도(孟希道)의 아들이며 명장인 최영(崔瑩) 장군의 손녀 사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가락의 남긴 터가 몇 해나 되었던가, 수로왕의 모든 문물 티끌로 돌아갔구나. 가련해라, 저 제비는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 연자루 곁에 와서 자꾸 옛 주인만 부르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연자루를 보면서]로 번역된다. 가락은 낙동강 하류에 일어난 나라들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아라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 등 여섯 나라를 일컫는다. 562년 신라에게 멸망되었지만, 수준 높은 문화를 이루었고 이후 신라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고 있는 글쓴이는 그 때를 회상한다. 김수로왕의 치적은 높이 살만했다.
가야의 옛터를 찾는 시인은 이런 점을 떠올리고 있다. 수로왕의 12대 손인 김유신이 훗날 진골에 편입되어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하기도 했음도 기억할 일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티끌로 돌아갔고 빈 성터와 흔적만이 그 때 일을 말해주는 있음을 회상하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가련하다’는 말로 시상을 일으키면서 날아가는 제비 한 마리로 연자루를 도입시킴으로서 시적 구성의 큰 덜미를 붙잡게 된다. 그 제비만이 가야 역사의 흔적을 아는 양 연자루 곁에 다가와 옛 주인을 부른다고 시심을 담아낸다.
【한자와 어구】
※燕子樓: 김해에 있는 누각. 駕洛: 가락국. 遺:끼치다. 墟:터. 幾見春: 몇 해나 되었는가. 首王: 김수로왕. 文物: 문물. 亦: 또한. 隨塵: 티끌도 따라가다.
可憐:불쌍하다. 懷古: 옛 것을 품다. 來傍: 곁에 오다. 高樓: 연자루를 뜻함. 喚:부르다. 主人: 주인. 여기서는 앞구의 김수로왕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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