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양돈인의 회한
상태바
어느 양돈인의 회한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6.09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느 누구라도 긍정적인 힘을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가족 친지와 이웃들과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무한한 지지를 받을 때 진정 행복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양돈인은 그렇질 못했다. 십 수 년 전부터 고향 마을에서 양계를 시작해 지금의 양돈사업에 이르렀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양돈사업에 따른 주변 생태환경과 맞물리면서 환경관련 벌금, 과태료, 고소, 고발 등 잇따르는 악재 속에 마을 사람들과의 심한 마찰이 잇따랐다.
요즘 그는 “동네 인심이 너무 메말랐지요. 정말 예전 같지 않아요. 군에서도 어느 한편의 말만 듣고 과태료를 물리기 전에 마을과의 화해를 주선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며 긴 한숨을 내리 쉬었다.
1994년 그는 바로 집 근처에서 염소를 키우려 했던 사람이 일부 마을 사람에 의해 고소당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했다.
축사를 짓고 막 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그 외지인은 고소를 당하자 사업을 그만두었고 그 사람의 땅을 진입로 확보 차원에서 3배나 더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보상을 해주기 전에는 절대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지요. 다른 곳으로 갈 데도 없어요. 고향인데도 이런데 다른 곳에 가서 양돈사업을 한다면 누가 땅이나 팔려고 하겠어요.”
고집 반 오기 반이 된 심정으로 마을 간 골 깊어진 잃어버린 인정(?)에 대해 한없이 안타까워하며 회한에 젖었다.
“그동안 별일도 다 있었지요. 아이도 다쳐 하루 만에 깨어나고 자동차에 불이 나고 동네 한가운데서 당한 일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우린 참아야 했지요.”
끝없이 이어지던 남편의 하소연에 곁에 있던 부인의 눈에선 회한의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일부 주민의 신고로 군 환경과로부터 되풀이되는 과태료, 벌금 등을 내야 했고 고소로 인해 재판장에까지 서야 했던 지난날에 대해 ‘호구지책이 죄라면 죄’라는 심정으로 비애를 느낀다고 했다.
지금은 이웃들과 단절되어 사는 것이 당연해졌다는 그의 말이 절절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의 입장은 또한 너무도 달랐다. 삼복더위엔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심한 악취와 파리 등 해충 피해로 참기 힘이 든다고 토로 했다.
게다가 동네가 논으로 둘러싸이다보니 제초제나 농약으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모두 자가 상수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수질오염까지 가중되니 도저히 살 수 없다고 마을주민들은 하소연했다.
전 세대 38가구 중 젊은 층이 고작 4가구인 중동리 마을은 70대 노인층이 대부분으로 마을 일에 무관심하고 나쁜 수질로 인해 건강상 피해를 입고 있는 상태라고 이장은 설명했다.
타 지역에 비해 주민들이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물에서 냄새와 불순물이 섞여 나오는 것은 물론 흰옷조차 빨아 입을 수 없을 만큼 누렇게 변색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주민들은 건수인 마을 상수도를 믿지 못하니 지방상수도를 설치해 달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다.
상수도사업소의 측량 결과 지방상수도를 끌기 위해선 춘석골~강산 구간 상수도를 끌어 오는데 드는 예산이 10억 정도라는 최종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풍치지역은 속리산구역에 포함돼 이미 이러한 공사가 완료돼 지방상수도 혜택을 보고 있다.
오염된 수질은 곧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는 비단 한 마을의 재앙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군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천재(天災)만 재앙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살아가야 하는 인재(人災)도 재앙이다.
지하수로 흰 옷을 세탁해 입을 수 없을 정도라면 분명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작년, 보건소로부터 수질검사를 받았지만 이에 대한 결과는 주민에게 통보되지 않았다고 한다.
군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마을의 지하수관련 재수질 검사와 주민 건강을 살피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빠르고 좋은 물 공급만이 금이 간 한 마을 인심을 살려내는 첩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성남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