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배움에 대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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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맺힌 배움에 대한 열정
  • 보은신문
  • 승인 2008.12.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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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예, 황순희 기자는 현재 흙사랑 한글학교(글꼬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글을 배우기까지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글을 배우기 위해 겪었던 어려움들을 글로 담아 봅니다.                       -편집자 주-

나는 어려운 시절에 태어났다.
내 나이 이제 오십 팔세. 어머님 뱃속에서 전쟁을 경험했고, 가난 때문에 어머님도 잘 먹지 못해 뱃속에 있던 나는 잘 얻어먹지 못해 배를 툭, 툭 쳤다고 한다.
불쌍한 엄마에게 젖 달라고 칭얼대며 울고 칠년을 살았다.
내 나이 여덟 살 때만해도 한 가구당 열 명 이상 2대와 3대가 한 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좋은 일, 나쁜 일을 같이 했다.
그때만 해도 먹는 것이 최고였다.
쌀밥을 그리워했던 시절, 공부는 남자만 하는 거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그때부터는 공부라는 걸 할 생각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 줄만 알고 살다가 점점 내가 크면서 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모르는 세상은 눈 뜬 봉사와도 같다. 아무리 고운 옷, 고운 내 모습도 밤길과 같다. 세상을 다 준다 한들 글 배우는 기쁨만 할까?
내 나이 열두 살이 되자, 우리 또래 아이들이 학교라는 데를 갔다. 그때는 가방을 든 애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한 아이가 빨간 가방을 메고 다니는 걸 보았다.
그 가방을 한번만 가져봤으면 하는 미련의 마음 때문일까? 그 가방을 못 잊어서 지금까지도 자꾸 생각이 난다.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서 한 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나이가 먹을수록 글이 더 필요하고, 정말로 더 사뭇 친다. 누가 주소를 적어 달라고 해도 마음대로 적을 수도 없다보니 속이 속일까? 정말로 피가 마른다.
“나는 할 거야”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제일 힘든 것은 전화가 왔을 때다. 전화번호를 적어 놓으라고 할 때, 그때는 정말로 머리에 쥐가 난다.
허우대는 멀쩡해 가지고는 할 일을 못하는 바보라고요. 정말로 바보 아닌 바보가 됐다. 글을 모르면 결국 바보인 것이다.
글을 아는 한 여인이 말했다.
“글이 뭐 그리 어려우냐?”고.
나는 그 여인에게 물었다.
“논과 밭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냐?”고.
글은 어려서부터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차이다. 땡볕 아래에서 일만 해왔던 우리들과 그늘 아래에서 공부만 한 사람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내 생애 꼭 글을 배워야지 하며 다짐을 한다.
“소중한 글, 꼭 배워야지”라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한다.
박정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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