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왔던 가뭄이 무엇을 못 잊었는지 또 다시 찾아왔다.
밤이슬도 없는 가뭄이 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내려 쪼이는 햇빛아래 김장배추와 김장무, 골파, 대파들이 모두 시들시들해져 하늘을 올려다보고 통 사정을 했다.
“비 좀, 비 좀 내려주세요.”
애걸복걸 사정을 해보았지만 비는 멀리 여행을 떠난 모양이다.
습도가 하나도 없는 마른 땅에 알타리무씨와 갓씨 등은 몇 날이 되어도 싹이 올라오지 않는다.
밭에 자라는 곡식들이 싱싱하게 좋아야 자주 가서 바라보고도 싶지만 시들어 있는 김장배추, 무, 골파, 대파, 들깨를 보면 너무나 속상해서 쳐다볼 수가 없다.
사람들도 무더운 날씨에 물을 먹고 싶으면 환장할 지경인데, 식물들이 저렇게 시들어 있는 것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도랑과 천에는 물도 내려가지 않으니, 날마다 경운기로 퍼다 줄 수도 없고, 애간장만 터진다.
한참 여물어가는 들깨도 겉마르고 있다.
물론 과일도 비를 기다리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김장배추와 무, 들깨, 파 등이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비가 지난 9월 20일 토요일에 유쾌, 상쾌, 통쾌하게 내렸다.
병든 곡식에 약을 주어 깨어나듯이 아주 통쾌한 약비였다.
시들었던 채소들의 잎사귀가 쫑곳쫑곳 세워지며 살판이 났다.
기왕 시작한 김에 조금만 더 왔으면 밭의 갈증이 해소됐을텐데.
비가 조금은 부족하게 내려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
메마른 땅에 씨를 뿌린 것이 이제는 올라오겠지?
농민들의 애간장을 다 태웠던 기다리던 비.
비, 그대여 이제야 오셨나이까.
조순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