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병원에서 만난 정정복 할머니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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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학교 병원에서 만난 정정복 할머니의 사연
  • 보은신문
  • 승인 2008.09.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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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자식들의 지극한 정성,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 
▲ 정정복 할머니가 중환자실로 내려가기전 첫째딸과 함께 있는 모습.

이 이야기는 지난 8월28일, 충북대학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옆 같은 병실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얘기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이런 어머니를 위한 자식들의 지극한 정성이 아름다워 그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충남 연기군 연기면에 살고 있는 올해 92세의 정정복 할머니는 아들 4형제 등 6남매를 두었다.

6명의 자녀 모두 부끄러움 없이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시켰고, 현재 형제들은 사업가와 직장인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고, 딸들은 어엿한 가정으로 출가해 시부모님께 귀여움을 받고 남편의사랑을 독차지 하며 아들, 딸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아들딸 6남매에 손자소녀가 모두 13명이다.

정정복 할머니는 평소, 들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남편을 섬기며 아들, 딸 낳아 가정에만 몸담아 살아왔다.

아들, 딸 6남매가 하나같이 우애 있게 지내며 살았고, 부모님께 효자라는 이름이 날 정도로 부모님을 잘 섬겼다.

정정복 할머니는 복이 많으신 분이어서인지 4명의 며느리도 다 보았다.

효자가정에 효부며느리가 들어와 시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4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노부부는 아들, 며느리의 지극한 정성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비록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며느리는 홀어머니를 더욱 하늘같이 모시고 백세를 기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거실에서 유모차를 끌고 왔다, 갔다하다 쓰러져 지난 7월4일 충북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2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아들, 딸 6남매는 하루같이 밤이면 밤마다 면회를 왔다.

면회를 오면 자식들은 어머니를 꼭 한 번씩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며 “어머니 꼭 회복해서 집에 오셔야 돼요?”라며 손을 꼭 잡아주고 갔다.

딸들은 나눠서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고, 어머니 곁을 지키지 않는 딸은 집에서 맛있는 밥을 해 나르며 지극 정성으로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

병실 안 환자들이 정말 부러워 할 정도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딸들은 딸이기 때문이라고 해도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에게 해도, 해도, 어떻게 저렇게 잘 할 수 있느냐. 세상 천지에 처음 보는 일”이라며 다들 야단이다.

“아들, 딸들은 내 속으로 나온 내 자식이라 그렇다 쳐도, 며느리들이 저렇게 하는 며느리들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모두가 부러워하고 있다.

내외 쌍쌍이 면회를 오면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시어머니를 웃게 하려고 재롱을 떨고 손바닥으로 시어머니 얼굴을 문지르며 “어머니, 며느리 왔어요”라며 재롱을 떠는 며느리를 바라보며 92세의 정정복 할머니는 씽긋 웃으며 그런 며느리를 바라본다.

입으로 밥을 먹지도 못하고, 호수를 코로 연결해 죽을 먹어야 하지만 아들, 딸 6남매는 어머니를 하루라도 빨리 회복시켜 집으로 모시려고 안간 힘을 다 쓰고 있다.

그러던 지난 8월28일 저녁, 할머니의 건강이 갑자기 위독해 졌다.

의사들이 총 출동해서 위험은 넘어갔지만 할머니는 집중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병실로 옮겼다.

할머니가 위독하던 그날 밤.

할머니는 그 사랑스러운 자식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희미한 눈동자로 아들, 딸 형제들을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고 눈으로 말을 한다.

아들아, 딸아 어미 때문에 너무 상심하지 마라. 누가 늙고 싶어 늙었겠느냐.

모진 세월 속에 살다보니 늙는 줄도 모르게 늙었고, 나이 드는 줄 모르게 나이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씩은 왔다 가는 인생. 어미가 가는 길을 너무 가슴 아파 하지 마라.

평소에 너희들한테 더 더욱 잘해주지 못한 게 한이 되는 구니. 언제가도 가는 영혼, 너무 서러워 마라.

90을 넘겨 살았으면 더 이상 여한이 없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 딸. 그리고 내 손자, 손녀들아.

이 세상에 살면서 보람 있게 살아다오. 어미 가는 길, 너희들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흰 옷자락 날리며 휘영, 휘영, 휘영 조상님께로 영원히 가리라.】

조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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