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바위봉우리가 병풍을 친 듯…
초겨울 등산코스로 구병산(8백77m)이 전국적으로 조금씩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구병산을 찾는 등산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지금까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구병산에 일단 발을 디뎌본 사람이라면 감탄이 절로 나는 산수의 뛰어난 경관이 항상 머릿속에 간직될 것이다.보은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상주방면으로 향하는 직행버스를 타고 30여분 달리면 마로면 적암리에 도착하게 된다. 적암 마을 뒤편으로 아홉 개의 바위봉우리가 병풍을 친 듯 솟아있는 구병산은 초겨울에 들어서면서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는 숨은 명산이다.
내속리면과 마로면 경계의 속리산 국립공원구역 남단에 위치해 있는 구병산은 아홉 개의 바위 봉우리가 병풍을 쳤다하여 일명 구봉산이라고도 불린다. 예로부터 우리고장에서는 속리산을 남편산이라 했고 구병산을 아내산, 금적산을 아들산이라 하여 이들을 보은의 삼산(三山)이라 일컫고 있다.
등산기점은 적암휴게소 앞 정류장에서 마로 관기초등학교 적암분교장을 지나 마을 가운데 길로 들어간다. 마을길로 들어서면 감나무가 온동네 곳곳에 심어져 있고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이 아담한 시골의 정취를 더해준다.
적암리는 일명 사기막(士氣幕)이라고도 하는데 임진왜란때 의병장 조헌의 문인(門人)인 가평 출신의 포제 이명백(圃霽 李命百)이 의병을 일으켜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데서 유래되어 사기막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곳이다. 적암마을을 통과하여 산길로 들어서서 구병산을 처음 대하면 바위의 모습에 압도당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산행을 막상 시작하면 비교적 등산로가 위험치 않고 속리산의 아내산답게 아기자기한 바위 끝을 오르내리는 묘미에 젖게된다. 오른쪽으로는 떡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시루봉(4백17m)이 덩그라니 솟아있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새들의 지저귐이 등산객의 땀을 씻어주듯 상쾌하게 들린다.
또한 다람쥐들의 발놀림은 계곡을 오가며 바쁘고, 맑은 계곡물은 투명한 모래바닥을 그대로 드러내 명경지수가 따로 없음을 보여준다. 계곡을 낀 회백색 암봉사이에는 노송(老松)들이 암봉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절경을 이룬다.
이렇게 계곡길을 10여분 올라가면 기암절벽의 바위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는데 이곳이 세칭 벼락바위골이다. 벼락바위골에서 20여분 오르면 철거된 토골사터에 닿게 되며 아름다운 소나무 옆에 샘터가 있다. 그 위로는 식수가 없으므로 이곳 샘터에서 수통을 가득채우고 산행을 해야한다.
암자터로부터 4백m쯤 오르면 바위벽이 벌집처럼 움푹움푹 패어있는 벌집바위에 이르게 된다. 일단 이 바위벽에 올라서면 주능선상의 거대한 기암절벽이 한결 가깝게 돋보여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바위능선길을 따라 50m쯤 올라가면 주능선위에 서게되고 이때부터 마치 분재와 같은 바위, 노송군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진다.
동부능선을 지나 8백53m봉에 오르면 구병산 정상을 안가도 좋은 훌륭한 경관을 이곳에서 만찍할 수 있다. 북쪽에는 구병리 부락과 삼가저수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그 뒤로는 속리산 봉우리의 절경이 어우러져 구병산을 오른 만찍감을 더해준다.
동쪽으로는 상주의 봉황산이, 서남쪽으로는 아들산인 금적산이 눈에 들어선다. 구병산 등산이 대개 8백53m고지에서 하산하는 것이 통례로, 8백53m고지에서 가파른 계곡을 향해 그대로 내려오거나 또는 남쪽 능선길로 내려오다 암자터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8백53m봉에서 1㎞ 서쪽에 있는 정상을 오른 후 남쪽 능선길로 하산하는 종주코스도 해볼만하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은 천길 절벽인데다가 막힘이 없어 전망과 경관이 더없이 빼어나다.
▲관광개발차원의 관심 요구돼
구병산은 아직 오염의 때가 묻지 않은 아름답고 깨끗한 명산이다. 그러나 구병산을 잘 보존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관계당국과 등산객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없이는 늘어나는 오염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구병산 등산코스에는 타지역 산악회에서 나무에 매달아둔 리본이 안내를 대신해주고 있어 반갑기는 하나 이미 색이 바래고 낡아 초췌함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쓰레기를 산에다 버리지 않고 마음까지 가지고 내려와 버리는 등산객들이 많으나 막상 쓰레기통이 없어 마을 도랑에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면을 감안해 관계당국에서는 등산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등산안내도 설치와 등산코스별 간이안내판, 화장실, 쓰레기장 설치 등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두고 재정자립도 확충을 위해 관광사업차원에서의 개발과 구병산의 공원화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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