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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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의 가치
  •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 승인 2025.12.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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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은 공동체보다 개인주의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타인의 생각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인간관계에 있어서 배려와 소통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으려면 먼저 타인을 먼저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배려의 시작이고 소통의 핵심이다. 그런데 배려와 소통을 강조하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어떤 이해관계에 부딪히면 조금도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어떤 단체의 지도자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 단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지금으로부터 2천 4백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맹자(孟子)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즉 “불인지심(不仁之心)”이 공자(孔子)의 인(仁) 사상을 실천하는 기본이라고 말하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仁)의 마음이 있다고 한다. 인(仁)이란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또 자신이 살고자 하는 마음처럼 남을 살려주고자 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仁)은 만물이 존재하도록 도와주고 살려주는 ‘생명력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주 만물에는 이러한 인(仁)이라는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어서 하나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하는 사상이 바로 유학자들이 주장한 만물(萬物)일체사상이다. 철학적으로 다시 설명하면 “만물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인(仁)이 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仁)이 사람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작동할 때 차마하지 못하는 불인지심(不仁之心)으로 드러난다고 맹자는 본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맹자』,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 제6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맹자(孟子)는 “사람들은 모두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孟子曰 人皆有不忍人之心)”고 말하고, “제나라 선왕(先王)이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두어,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정사를 시행하셨으니,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정사를 행한다면, 천하를 다스림은 손바닥 위에 놓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오늘날 국가의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또한 어떤 단체의 지도자들 역시도 그러하다. 
 맹자는 여기서 한마디를 더한다. “사람들이 모두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지금에 사람들이 갑자기 어린아이가 장차 우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는 모두 깜짝 놀라고 측은(惻隱)해하는 마음을 가지니, 이것은 어린아이의 부모(父母)와 교분을 맺으려고 해서도 아니며, 동네사람들과 진구들에게 칭찬받기 위해서도 아니며, 잔인하다는 비난을 싫어해서 그러한 것도 아니다.”라고 하고, “모든 사람에게 인(仁)의 마음이 있는 것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사단지심(四端之心)이 나온다.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仁)의 단서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義)의 단서요,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禮)의 단서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智)의 단서이다.”라고 하면서 맹자는 “사람이 이 사단(四端)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체(四體)를 가지고 있음과 같으니, 이 사단(四端)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인의(仁義)를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자신을 해치는 자요, 자기 군주가 인의(仁義)를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군주를 해치는 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고,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차마하지 못하는 마음도 없이 거짓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런 사람과 이익집단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대화는 막히고 소통은 물건너 간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비들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매우 중요시했다. 불인지심(不仁之心)을 잃어버리면 염치(廉恥)가 없어진다. 부끄러움도 없고 서슴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보은군에는 이런 부끄러움도 모르는 몰염치한 지도자가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가 인의(仁義)를 행하는 지도자들로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올해 을사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지난날 불인지심(不仁之心)도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본다. 그리고 다가올 2026년 병오년에는 모든 사람이 불인지심(不仁之心)을 가지고 인의(仁義)를 실천해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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