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을 평생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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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을 평생 한다는 것
  • 최재철 (거현산방 한일문화도서관)
  • 승인 2025.06.19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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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을 생각해 본다.

대개 한 가지 일에 대해 10년 공부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먹고사는 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같은 일을 2030년 꾸준히 하면, 달인의 수준에 오른다. 그렇게 되면, 누구든 믿고 존경한다. 출신이나 학력과 무관하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TV프로를 가끔 본다. 봉투 접기부터, 시계가방 수리, 구두 수선, 목재 켜기, 회 뜨기, 요리, 제빵 제과, 각 분야별 기능공 등등. 한 가지 일을 평생하면서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집 장만하고, 먹고 입고 살아왔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중요하다.

천직(天職)으로서 한 가지 일을 평생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보람도 있고 자부심과 즐거움도 따른다.

생활을 위해, 아니면 좋아서, 어쩌다가 시작한 일을 평생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일단 돈을 좀 벌면 더 편하게 사는 다른 일, 더 돈을 쉽게 많이 벌어볼 셈으로 딴 일을 찾기 십상이다. 그리고 요즘은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직장을 옮겨 한두 단계씩 대우를 높게 쳐주는 경우도 있다고는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우직하게 한 자리에서 한 가지 일에 목숨 걸듯(?) 꾸준히 하는 이의 모습에서는 빛이 나는 것 같다. 존경할 만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화가나 음악 예술인도 그렇고, 농사 일이나 어촌의 일도, 공장 노동자, 자영업, 택배운전 기사들도, 대부분의 샐러리맨(봉급생활자)들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들도 다 이와 비슷하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완벽한 날들)에서처럼 미화원의 일도 소중하다. 공공화장실 청소를 충실하게 하며, 음악 듣고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사진 찍으며, 자전거 타고 자연 계절을 느끼며 이웃을 배려하고, 밤엔 스탠드 불빛을 밝혀 문고판 소설을 읽으며 만족하는 일상!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저변을 떠받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맡은 일의 책임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일상을 감사하며 행복하게 누리느냐이다.

학생들젊은이들에게, 왜 장래를 걱정하느냐, 심신이 건강하고 한 가지 일을 10년만 꾸준히 하면 전문가로서 먹고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게 인문학분야 같은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강의나 일자리가 줄고, 연구 논문을 발표하거나 번역을 해도 책을 읽는 독자가 적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이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문화 민족으로서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향상)를 해야 하지 않겠나. ()을 읽자! 독서를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창의력을 높여 새로움을 추구함으로써 뇌를 활성화 시켜 치매도 예방하고시력이 약화된 이들을 위해 큰 글씨 책도 있고, 성우나 배우, 시인저자들이 직접 낭독으로 읽어주는 소설과 명작명저가 있어, 뜻이 있으면 길도 있다.

그럼, 나는 어떤가? 전문 분야랍시고, 이웃나라 일본 연구(언어 문화, 근현대 문학, 한일 비교)를 스무 살 무렵부터 전공하여 50여년간 같은 분야에서 떠나지 않고 그냥 버티고 있는데, 책을 몇 권 쓰고 번역도 했다고는 하나, 딱히 내세울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세부 전공 작가론을 아직도 준비 중이니 말이다. 이 과제를 마쳐야 조금 노력을 한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을까. 그 다음엔 좀더 자유로울 수 있을 듯하다. 그저 뭔가 읽고 싶은 걸 꺼내 보고, 남의 글에 얹혀 쓰기보다 스스로 자기의 생각과 글을 맘껏 펼쳐보고 싶다는 어설픈 바램이 있다.

70인생에 뭔가 남은 과제가 있다는 것도 괜찮은 거 같다. 나이 들어가면서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삶에 어느 정도의 긴장과 이완, 집중(몰입)멍때리기’(해이)가 필요하고, 강약 완급 조절은 필수적인 것이니까. 장거리 마라톤선수처럼

머언 길같이 보여도 골인지점마감이 있는 한시적인 인생, 누구든 한 가지 일을 잘 선택하여 평생 지속하는 힘을 기르게 하소서! 이것저것 다 알 수도 없고, 엄벙덤벙 잘 할 수도, 모두 가질 수도 없다. 그저 한 가지 일이라도 평생 제대로 한번 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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