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농협, 벼 수확 앞두고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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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농협, 벼 수확 앞두고 ‘전전긍긍’
  • 나기홍 기자
  • 승인 2022.09.2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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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산, 66,000원에 산것이 48,000원으로 폭락
벼 재고 물량 쌓이고 쌀값 폭락, 수매에 난항 예상
보은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벼 값 인상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벼 수확을 불과 보름여를 앞두고 벼재배 농가와 농협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벼 시장격리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 벼 재고 물량이 쌓여 있어 올 수확기 추곡 수매의 난항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보은농협은 지난해 수매한 벼를 일찍이 팔아 쌀값 폭락에 따른 고통은 타지역 보다 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은농협이 지난해 수매한 벼는 7037톤으로 이에 투입한 수매가는 116억원 가량이었고, 남보은농협도 6635톤의 물량을 109억원에 수매했다.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은 쌀값이 폭락할 것을 예견하고 최선을 다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판로를 개척해 판매에 나섰고 이 노력의 결과 남보은농협은 수매벼를 조기에 판매하는데 성공했고, 보은농협도 9월 15일 현재 거래처 관리에 필요한 390여톤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수매당시 가격과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은농협이 10억여 원의 적자를 예측하고 있고, 남보은농협 역시 연말에 가서 정산을 하면 7~8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이 2021년 추곡수매시 1등벼 기준 40㎏당 66,000원에 수매해 판매에 들어갔으나 쌀값은 지속적으로 추락해 48,000원까지 폭락했다.
 정부도 2021년 산 쌀 초과생산량을 27만t으로 추정하고 올 2월 14만4000톤을 사들여 격리한 데 이어 지난 5월 2차로 12만6000톤을 더 사들였지만, 쌀값 하락을 막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전국 곳곳의 농협에서는 쌀값 하락세 진정을 위해 10만톤 이상의 추가격리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실제로 2만5000톤가량의 산물 벼를 보유한 충남지역 11개 농협 조합장들이 지난 7월,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8월에는 전라남북도 조합장들이 만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들 DSC(벼 건조저장시설) 물량보유 조합장들은 “22년 산 수매가 코앞에 닥쳤는데 창고마다 벼가 꽉꽉 차 있어 신곡을 받을 공간조차 없고 작년 산 수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합경영이 난관에 봉착했다.”며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고는 이번 가을 추곡 수매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뿐 아니라 농민 불만이 크게 표출될 수 있다”고 정부와 농협중앙회에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벼 수매 거부를 불사한다는 계획이어서 가을 벌판이 쌀 값 파동에 따른 커다란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묵묵부답에 한국쌀전업농전국엽합회는 지난 15일, 전남 해남에 모여 깃발을 내걸고 정부에 벼수매량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보은군에서는 김상호 보은군쌀전업농연합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정부의 벼 수매량 확대 요구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호 회장은 “모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쌀값만 폭락하고 있다”며 “쌀 값폭락에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전 정부나 현 정부나 매한가지”라고 정부의 외면을 질타했다.
 이어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쌀값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싸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도 금년산 산물벼 수매가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벼 재배 조합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비료, 농약, 농작업비 등 각종 경영비가 높아져  이를 감안한 수매가를 요구할 것이 뻔한 사실이고, 합리적 경영을 해나가야 하는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에서는 현재 쌀값과 정부의 비축물량 등을 들어 농민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을 보일 것이 예측된다.
또,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 통합되어 2023년 1월부터는 별도의 법인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기 때문에 출발 초입부터 고가에 매입할 경우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박순태 남보은농협조합장은 “쌀값 폭락은 농촌, 농업을 외면한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며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지속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조합원들과는 합리적 협의로 수매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은농협은 오는 10월 4일, 남보은농협에서는 오는 10월 1일부터 금년(2022년산)에 수확하는 벼를 보은농협 RPC와 남보은농협 RPC에서 받아들여 선지급금을 지급하고 차액은 추곡수매가가 결정된 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쌀값폭락에 격앙된 보은군쌀전업농연합회가 벼값 인상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쌀값폭락에 격앙된 보은군쌀전업농연합회가 벼값 인상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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