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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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속내
  • 오계자 (소설가)
  • 승인 2021.04.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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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소설>

학교에서부터 얼마나 뛰었는지 숨을 헐떡이며 와서 가방을 내동댕이친 이마까는 “엄마, 우리 조상님들이 바보야? 페북 친구가 stupid person이라잖아.”
도끼로는 아들의 질문에 깜짝 놀란다. 한국의 우람이 인가보다.
“이마까,감히 우리 대 일본국의 조상님을 욕되게 하다니. 너 많이 혼나야겠다. 훌륭하신 조상님들 덕분에 우리보다 앞서있던 조선을 누르고 자랑스런 선진 일본이 되었어, 바보라니 너 큰일 날 아이구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마까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며 설명을 요구했다.
“훌륭하신 우리 조상님들이 전 세계를 정복하려고 먼저 출발점이 될 작은 나라 조선부터 발전시키고 철로를 놓고 기술을 가르쳤다면서요. 중국을 거쳐 필리핀 쪽으로 동남아까지 갔는데 미국 때문에 실패하고 돌아올 때, 조선 땅만 돌려주고 와야지 왜 우리 땅 독도까지 주고 왔습니까?”
“미국의 원폭으로 너무나 많은 우리 국민이 비참하게 죽거나 평생 장애인이 되자 천황페하께서 항복을 하셨어. 목숨보다 중히 여겼던 대 일본제국의 체통이 뭉개져버린 거야, 그런 상황이라 우선 사람부터 돌아 온 거 아닐까?”
“그래도 전쟁 전부터 우리 땅이면 지도에 울타리가 있을 거 아닙니까. 엄마 말씀대로라면 전쟁 후에라도 바로 우리 땅을 챙겼어야지요. 흘려놓고 이제 와서 교과서까지 동원하면 우리에게 전쟁이라도 해서 찾으라는 겁니까.”
이마까는 가방을 열어 교과서를 꺼내더니 어머니께 보이면서 “선생님도 그냥 독도를 우리 대 일본제국의 땅이라고만 했어요, 하지만 독도를 한국이 지키고 있잖아요. 왜 어른들도 찾지 못하는 섬을 우리더러 숙제를 주는 겁니까? 어른들이 바보같이 잃어버린 섬이잖아요. 제가 어른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존경하는 대 일본제국의 어르신님들 보세요. 중학교 1학년 이마까는 아뢰옵니다. 어르신들이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실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에게 강제로 독도를 빼앗겼다 해도 대일본제국의 후예로서 부끄러운 일이고, 그냥 주고 오셨다면 이제 와서 우리 꺼야, 우리 꺼야 하는 것 또한 창피합니다. 어른들은 바보입니까? 어린 우리들에게 우리 땅, 우리 땅 하시시지 말고 직접 단판지어 주십시오. 천년만년 말로만 징징거릴 겁니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는 이미 한국의 태극기가 꽂혀 있었으니 우리 땅을 빼앗긴 게기와 경위를 세계만방에 자세히 설명해서 찾으십시오. 얼마 전 우리나라가 발표한 독도 문제를 한국에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밝힌 내용을 보고 우리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말로만 징징거리지 말고 하루빨리 제대로 해결을 하십시오. 어른들도 할 말이 없으시면 이제 독도를 두고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하지 맙시다. 우리까지 바보가 되기는 싫습니다.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꽃놀이패를 삼으시려는 겁니까. 그렇군요. 그 속내를 저는 짐작하지요. 역사 소설에 등장하는 우리 조상들이 즐겨 써먹는 꽃놀이패를요. 어쨌든 하루속히 어른들이 해결하십시오.」
이마까는 신문사에 보낼 계획이다. 어른들이 바보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쓴 것이다. 편지를 읽어본 도끼로는 “이마까, 어른들이 너희에게 짐을 떠맡기는 건 아니란다. 그냥 우리 땅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전쟁 없이 국제 재판이라는 것으로 찾기 위해 여러 강대국 학자들에게 설득 될 만한 역사 자료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중이야. 이미 미국이나 유럽 쪽 학자들은 아주 긍정적으로 협조 하고 있단다. 협상의 제왕 일본국 아니냐. 국제재판이 열리면 확실하게 승소할 수 있는 준비가 되면 우리가 재판신청 할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단다.”
실은 이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인 독도 인근 어획 관계는 아직 어린 아들에게 차마 말 못했다. 지금은 우리 어선이 그쪽 부근에서 어획을 해도 대충 넘어가지만 일단 국제적인 결정이 되고나면 한국에서 아주 엄하게 단속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니까. 이마까는 맘이 편치 않지만 일본의 어른들이 바보가 아님을 믿는다. 국제재판에서 패하고 태극기 들고 물러나는 한국의 꼴을 상상해 본다.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국제재판에서 일본이 패하면 세계만방에 떳떳하지 못한 속내를 광고하는 꼴이 될까 걱정이기도 하다. 쿨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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