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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가장 보람된 목욕
[1383호] 2018년 06월 21일 (목)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희망이요 기쁨이었다.
설렘이요 행복이었다.
열 달 동안 내 子宮에서 내가 먹은 영양과 내 생각을 먹고 나의 설렘과 기쁨을 먹고 자란 우리아기 이 세상에 온 날이다. 그 시절은 대부분 집에서 출산을 했다. 첫 울음 안쓰럽게 들으며 받아 안으신 어머님께서 팔꿈치를 목욕물에 담가 물의 온도를 확인 하신 후 겨드랑이에 끼듯이 엎어지게 안으시고 발부터 물에 닿게 한 다음 물에 적신 천으로 등을 닦아주는 순서로 우리 딸 첫 목욕이 시작 되었다. 얼굴은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뽀드득 뽀드득 씻기신다. 여리디 여린 피부가 벗겨질 것만 같고 아플 것 같아서 안쓰럽게 바라보는 나에게 “첫 목욕을 단다이 해야 나중에 피부가 고운 겨.” 어머님은 첫 손녀의 미래까지 생각하시며 부드럽고 민첩한 손놀림으로 양수를 뒤집어 쓴 아기의 머리도 감겨주셨다.
그것은 단순히 목욕이 아니라 열 달 동안 宮에서의 흔적을 벗기는 과정이며 이승에 오는 生의 첫 관문이었다. 미안했다. 아기에게 미안했다.
궁宮에서의 삶이 순전히 이 어미에게 달려 있음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때는 세상살이가 그리 여유롭지 못해서 태교를 위한 품격 높은 사고思考와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 분위기 있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예술 작품에 심취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우리아기 첫 목욕을 하고 있는 동안 더 간절하게 기도했다. 
‘부족함이 많았던 宮에서 벗어나는 이 순간부터는 모자랐던 모든 것 채워주고 싶습니다. 온 정성 다하겠습니다. 도와주시옵소서.’    
목욕이 끝나고 닦는 것만이라도 내 손으로 하고 싶어서 어머님의 걱정을 들으면서도 기저귓감 준비할 때 두 번 삶아 빨아 둔 천으로 얼른 감싸 안고 살이 겹쳐지는 겨드랑이와 목 부분을 살살 눌러 물기를 훔쳤다. 아기의 심장이 빠르게 콩닥거림을 느끼자 찰나에 어미심장이 널을 뛴다. 손이 오글거렸다. 온 몸으로 전율이 흐른다. 내 딸이구나!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생명, 아기를 낳았어! 내가. 기쁨 속에 미안함이 행복 속에는 책임감이 점점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온 정성 다해야지.
대부분의 신생아들이 얼굴 피부가 빨간 편인데 우리아기는 머리카락과 눈썹이 유난히 새카맣고 피부가 뽀얗다. 울지도 않는다. ‘아가야, 벌써 이 어미의 심정을 베려하느냐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도 된단다.?’ 하고 걱정했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웃고 싶을 때 맘껏 우는 자유로운 삶을 바라는 어미의 심정이다. 그러던 아이가 자라면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어미 속을 태운 적이 없다. 요즘도 참을성이 깊은 딸에게 울고 싶으면 확 울어버리라고 한다. 세상 살다보면 슬픔도 있고 아픔도 있을 터, 희로애락을 겪으며 한평생을 살아야 할 딸아이에게 이 어미의 삶은 닮지 말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세상을 걷는다.

언젠가 내가 이승을 떠날 때는 자식들이 나를 씻겨 주겠지. 이승의 흔적들 벗기고 저승으로 가는 몸단장을 해 줄 테지. 그때는 제발 이별이라 아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식들이 궁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왔을 때 설렘과 기쁨으로 宮의 흔적을 씻겨주었듯이 저승으로 가는 나를 위해 이승의 흔적을 벗기는 보람된 몸단장이라 여기고 잘 닦아주면 좋겠다. 내가 평소 외모에 당당하지 못했는데 이왕이면 세련된 화장이라도 해 주면 더 좋겠다.
자식들이 이승에 온 첫날 세상에서 가장 보람된 목욕을 시킨 어미가 세월을 등에 업고 보니 내 몸 닦을 걱정이 고개를 든다. 자식들에게도 슬픔과 아픔이 아닌, 일생 동안 얼룩진 어미의 이승의 때를 벗겨주는 가장 보람 된 목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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