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乙巳五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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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오적乙巳五賊
  • 오계자 소설가
  • 승인 2018.03.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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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얼렁뚱땅 해도 역사는 살아있다. 역사는 오늘의 진실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전한다는 것을 명심하며 되새기고 싶어 오늘은 을사오적을 꺼내본다.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일제는 그해 5월 각의에서 대한방침(對韓方針)· 대한시설강령(對韓施設綱領) 등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편성하기 위한 새로운 대한정책을 결정하였다. 그 해 제1차 한일협약(한일외국인고문용빙에 관한 협정서)을 체결, 재정· 외교의 실권을 박탈하여 우리의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그 사이 러일전쟁이 일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일본은 한국을 보호국가로 삼으려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열강국의 승인을 받는데 총력을 집중하였다. 먼저 미국의 태프트· 가쓰라(일본) 밀약(속된 말로 니들은 조선 먹어라 대신 우리는 필리핀 먹겠다)을 체결하여 사전 묵인을 받았으며, 영국과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하여 양해를 받았다. 이어서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미국의 러시아와의 강화조약에서 한국정부의 동의만 얻으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보장을 받게 된다.
일본이 한국을 보호국으로 삼으려 한다는 설이 유포되어 한국의 조야가 경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포츠머스회담의 일본대표이며 외무대신, 주한일본공사, 총리대신 등이 보호조약을 체결할 모의를 하고, 추밀원장(樞密院長) 이토[伊藤博文]를 고종 위문 특파대사 자격으로 한국에 파견하여 한일협약안을 한국정부에 제출하게 하였다.
서울에 도착한 이토는 다음날 고종을 배알하고 “짐이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사를 특파하오니 대사의 지휘를 따라 조처하소서.” 라는 내용의 일본 왕 친서를 봉정하며 일차 위협을 가하였다. 나흘 후 다시 고종을 배알하여 한일협약안을 들이밀었는데,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서 조정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급기야 일본공사가 한국정부의 각부 대신들을 일본공사관에 불러 한일협약의 승인을 꾀하였으나 결론을 얻지 못하자, 이토는 궁중에 들어가 어전회의(御前會議)를 열게 되었다.
이 날 궁궐 주위 및 시내의 요소요소에는 무장한 일본군이 경계를 선 가운데 본회의장인 궁궐 안에까지 무장한 헌병과 경찰이 거리낌 없이 드나들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어전회의에서는 일본 측이 제안한 조약을 거부한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이토가 주한일군사령관 하세가와[長谷川好道]와 함께 세 번이나 고종을 배알하고 정부 대신들과 숙의하여 원만한 해결을 볼 것을 재촉하였다고 한다.
고종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다시 열린 궁중의 어전회의에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자 일본공사가 이토를 불러왔다. 하세가와를 대동하고 헌병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온 이토는 다시 회의를 열고, 대신들 한 사람 한 사람씩 따로 조약체결에 관한 찬부를 물었다. 부정부패의 약점이 있는 자라면 거부 못하리라. 저들은 그 약점을 쥐고 있으니까.
이 날 회의에 참석한 대신은 참정대신 한규설(韓圭卨), 탁지부대신 민영기(閔泳綺), 법부대신 이하영(李夏榮), 학부대신 이완용(李完用),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 내부대신 이지용(李址鎔), 외부대신 박제순(朴齊純), 농상공부대신 권중현(權重顯) 등이었다.
이 가운데 한규설과 민영기는 조약체결에 적극 반대하였다고 한다. 이하영과 권중현은 소극적인 반대의견을 내다가 권중현은 나중에 찬의를 표하였다고 한다. 다른 대신들은 이토의 강압에 못 이겨 약간의 수정을 조건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단다. 격분한 한규설은 고종에게 달려가 회의의 결정을 거부하게 하려다 중도에 쓰러졌다.
이날 밤 이토는 조약체결에 찬성하는 대신들만 불러 다시 회의를 열고 자필로 약간의 수정을 가한 뒤 조약을 승인받았다.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다섯 명이 조약체결에 찬성한 대신들이다. 이를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한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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