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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재미
[1354호] 2017년 11월 23일 (목) 시인 김종례 webmaster@boeuni.com
봄, 여름에 잔칫집마냥 떠들썩하니 만개했던 나의 작은 정원은 요즘 참 적막하다. 제 발등 아래 씨앗을 쏟아내며 적선의 두레박을 흔들어대던 9월과 생명의 몸짓으로 한해를 설거지하며 10월을 떠나보낸 가을나체들. 눈물처럼 떨어지는 나뭇잎 새로 노천명의 시 <추풍에 부치는 노래>가 가슴을 울리는 11월도 어영부영 하순으로 치닫고 있다.‘가을바람이 우수수 불어옵니다, 신이 몰고 오는 빈 마차소리 들려옵니다.… 어쩌면 청춘은 그리도 아름다운 것이었습니까! <중략> 나의 금싸라기 같은 날들이 하루하루 없어집니다.…> 로 이어지며 서러움과 애수가 단풍잎마냥 어른거리는 시다. 시인은 비단 늘어가는 주름이나 백발 때문에 이다지 노래 한 게 아니다. 아름다운 계절은 청춘의 한날처럼 선명하고 고운 잎 하나 허공에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설국의 나라에서 눈의 공주를 태운 수정마차 한 대가 달려올 것 같은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시인이 되며 명상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이 계절에, 난 돌연히 버리는 재미를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한때는 이것저것 소품을 사들이는 재미에 푹 빠졌던 젊은 날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내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공연히 일도 많아져 모두 걸림돌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버리는 재미에 다시 빠지게 되었다. 간만에 집안정리를 할 때면 쓰지 않는 소품과 헌옷가지들을 훌훌 던져버리며 상쾌함을 맛보곤 한다. 설거지 하는 일을 제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발상인지도 모른다. 머리가 시원해진다. 몸도 가뿐해진다. 젊음의 잔해들을 모두 비워내어 그 속에 평화와 안식을 얻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막대지팡이 하나와 승복 한 벌만을 소유했던 고승의 심경에 동감하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숨을 잘 내쉬고, 쾌변을 배출하고, 땀을 촉촉이 흘리면 온 몸이 얼마나 가벼워지는가. 여기에 눈물까지 흠뻑 흘리는 날이면 금상첨화다.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체감한다. 나는 이제 수시로 울 일이 생기는 것에도 감사함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잡문에서 본 내용으로는 전혀 울지 않는 사람보다 수시로 울며 사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통계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가하고 싶다. 그것은 마음 비움이다. 생각 버리기다. 배낭을 메고 소백산을 오르며 삶의 무게를 생각했던 지난 봄날, 젊은 날은 꽃다웠으나 비움의 지혜를 알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겁게 걸어온 자아를 발견하였다.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채우기만 하며 달려온 무모한 세월임을 깨달았다. 끝까지 나를 붙들고 늘어지던 채 비우지 못한 삶의 배낭! 정녕 나를 구제할 길은 바닥까지 모두 쏟아내야 좋을 버림뿐이다. 비움뿐이다. 가식을 버리고 난 뒤의 진솔함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11월의 정원도 그러하다. 채우기만 하던 충만한 만선의 밧줄을 슬그머니 풀어주고는 지금 깊은 수면에 빠져들고 있다. 바람은 고목아래 빈 의자마다 몸부림치며 세월을 흔들어대다가, 빈 그릇에 담겨 요동치며 침묵의 도가니로 몰입한다. 산과들, 작은 정원, 그리고 내 영혼까지 참으로 홀가분한 요즘이다. 빈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예상외로 머리가 맑아진다. 아지 못할 의욕과 생동감이 가슴 속에서 샘솟는 요즘이다. 그런 이유로 11월을 승리의 달이라고도 부르지 않던가! 아마도 진정한 승리는 비워진 마음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리라. 유유자적 삶의 껍데기들을 다 벗어던진 후, 진정한 휴식에 몰입한 비움과 채움의 교차로이기 때문이리라. 비우고 비운 가슴에 사랑의 숨결이 생령수처럼 고여 날 수 있도록, 버리고 또 버려서 사랑의 달 12월을 맞이하고 싶다. 지금은 우리 모두 마음을 비워서 무술년 새해를 여유롭게 맞이할 때이다. 그리하여 새순이 나고 꽃이 피어날 새봄을 다시 기다리며… 소망의 도가니로 몰입하는 우리 모두를 바라볼 때다. 버리는 일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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