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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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먹기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6.12.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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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는 언제 먹어도 맛이 좋다. 설탕보다도 꿀보다도 더 맛있는 그 은은한 이국적 달콤함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망고만큼 맛있는 과일은 보지를 못했다. 노오란 양볼 살이 통통히 오른 마닐라 망고는 노오란 색깔에 부드럽고 고은 피부감촉부터 좋다.
내가 알기로는 망고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지금 말한 ‘마닐라망고’(mango de manila)로 타원형으로 갸름하게 생긴 고운 연노란 색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천당망고’(mango del cielo)로 모양은 마닐라망고 보다는 둥근 모양을 띄고 있으면서 색깔은 어두운 사과빨간색이 섞여있어서 여기서는 차라리 ‘사과망고’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제 시장 백화점마트에서 망고를 발견하고 두 박스를 사왔다. 이곳 시골 시장에서 자주 보이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띄자 바로 샀다. 망고를 사온 날도, 오늘 아침에도 먹었다. 망고는 참 맛이 좋다. 망고의 단맛은 설탕과 꿀 보다 강도는 덜하지만 설탕은 많이 먹으면 바로 속에서 ‘단내’가 난다. 꿀도 여러 숫깔 퍼먹으면 역시 “이젠 단것도 싫소”하고 질려버린다. 그런데 망고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망고의 향기는 신선들의 식탁주위를 떠도는 꿈의 향기다. 그 맛을 표현하라고 하면 나는 갑자기 “망고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단 한가지 흠이라면 먹을 때 손이 지저분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망고 먹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속에 든 큰 씨를 경계로 씨가 있는 부분과 통통한 양 볼살 부위를 가로로 갈라서 전체적으로 삼등분 한다. 그리고는 양쪽 볼살 부위의 두 쪽은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그러다보면 겉껍질만 얇게 남는데 맛이 좋다보니 그것도 숟가락으로 여러 번 긁게 된다. 쭈그러진 얇은 껍질 간수하기가 차츰 힘들어지면서 끈적한 망고진액이 손에 발라진다. 가장 어려운 씨가 있는 가운데 부분의 처리에는 숫깔, 칼, 포오크 등 어떤 도구도 소용없고 양손만 사용하는데 미끄덩거리는 씨를 잡자니 손은 더욱 지저분해진다. 처음은 미끄덩거리는 씨를 손톱으로 꽉 잡고 과육을 대충 발려먹는다. 달콤한 과육으로 감긴 씨 주위에는 온통 털수염 같은 것이 붙어있다. 망고 맛의 유혹에 취해서 나중에는 씨를 꽉 쥐고 혀를 날름거리며 핥고 물고 빨기까지 한다. 이때쯤에 이르러서는 점잖은 체면 다 구기기 마련이다. 엉망이 된 양손을 들고 화장실로 뛰어가는데 세면대에서 물이라도 끊어져 있으면 양손을 들고 깡충깡충 뛰면서 망고 먹은 것을 크게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지민 아이들도 망고먹는 모습은 우리와 별다른 점이 없었다. 점잖게 망고 먹는 비결은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우리 부부는 단체여행팀에 끼어 태국여행을 간 일이 있었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팀들도 여러 쌍이 섞여있었다. 젊은 여자들은 귀국길에 휴대하기 위해서 비싼 망고를 제법 많이 산 것 같았다. 우리 부부도 같은 생각으로 여러 개를 샀다. 그런데 공항에서 망고는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모두들 난리가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망고를 사지 않았을 텐데…. 공항에서 산 망고도 아니어서 샀던 곳에 가서 물릴 수도 없고. 방법은 단 하나, 망고들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비행기 탑승 전에 모두 먹어치워야 했다. 물이 나오는 화장실에 가서 먹을 수도 없고. 다급하게된 젊은 신부들은 승객대기용 의자에서 정신없이 망고를 먹기 시작했다. 꼭 망고귀신들린 여자들 같았다. 이를 보고 있던 청년들은 자기 짝궁들을 보면서 ‘망귀’(망고귀신)들 이라고 놀려댔다. 남자들이 그러든 말든 젊은 아기씨들은 대꾸도 않고 망고들을 대충대충 퍼먹기 시작했다. 우리부부도 동작은 느렸지만 같은 짓을 했다. 그들만큼 갯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간신히 망고들을 다 먹은후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후유- 하고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망고를 보다 격조있고 점잖하게 먹을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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