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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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오던 날
  • 이영란 (수정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5.12.1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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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같은 사물을 보고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사람 수 만큼 다르고 하는 행동도 다르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오면 마당에서 강아지처럼 뛰어 놀며 이웃 동네 친구들과 모여 눈사람 만들기와 비탈진 곳에서 미끄럼타기에 바빠 그저 좋았다. 사춘기 소녀 시절에는 흰 눈이 내리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도 하고 소설책을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면서 향기가 그윽한 커피가게에서 커피를 마시며 끝없는 수다를 떨어 시간을 보내야 눈 오는 날 책임을 한 것 같았다. 그러다 사회인이 되고서는 눈이 오면 출근길과 아이들 등굣길이 걱정이 되어 일찍 출근하여 출입구를 쓰는 부지런함과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즐거움이 공존하였다. 그러다 운전을 하게 되고 조금 더 세월이 흐른 후로는 눈이 오면 아이들과 직원들이 걱정이 되어 잠이 안 오고 모든 구성원들이 출근과 퇴근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어야 맘이 놓이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기쁨과 슬픔이 연달아 오는 것이 우리 인생임을 중생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2015년 11월 26일 첫눈 오는 날!
난 삶과 죽음의 길이 얼마나 좁은 간격이며, 이별의 슬프고 무서움을 중생들이 겪어야 할 가장 큰 업임을 겪은 날이었다. 항상 병아리 같은 원생들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라는 인사와 미소로 답하던 이름도 예쁜 수정(난 그 선생님을 맑고 아름다운 크리스탈이라 불렀다)선생님을 하느님 곁으로 보내야 했다. 지난 2월 수정학교(우리들은 수정 학교를 맑고 깨끗한 크리스탈학교라 함)로 발령을 받고 처음 인사하는 날 한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하건만.....
‘크리스탈 선생님께서 크리스탈 학교에 부임하시니 원생들을 맑고 아름다운 크리스탈 원생들로 키워 달라’는 나의 말에 웃으며 열심히 근무하겠다는 말을 9개월 만에 저버리고 하느님 곁으로 가 버리니 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어찌 감당하라는 말인가?
인간들이 헤어짐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일시적인 헤어짐은 다시 만난다는 희망이 있고, 자식이 커서 결혼을 하여 독립을 하며 생긴 이별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식구가 늘어서 더 활력있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여 헤어진다는 것은 슬픔을 갖고 마음속으로 아픔을 이겨야 하는 고통이 있는 이별이다. 이 슬픔을 이기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독과의 싸움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겨울철 수정봉은 가을의 아름다움과 여름의 격동감, 봄의 생동감을 모두 감추어 버리고 상록수인 소나무와 자기의 자태를 뚜렷하게 나타내는 바위만이 나의 마음과 같이 슬픔과 겨울의 살벌함을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첫 눈이 오면 낭만과 즐거움은 멀리 날아가고,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슬픈 날이 될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해짐을 어찌하랴. 오늘도 잿빛 하늘이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이며 기상예보도 많은 눈이 내린 후 추위가 온다 한다.
아! 크리스탈 수정 선생님!
우리들도 모두 생을 마감하는 날에는 이별을 하지만 수정 선생님과 같은 슬픈 이별은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수정선생님의 학교생활을 되돌아보며 도종환의 시 일부를 적어 봅니다.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 짓 멈추지 않는 새처럼......
토끼같은 두 자식을 두고 이승을 떠나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길이 편안하고 천사들이 사는 천국에서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는 아름답고 듣기 좋은 인사를 나누며 행복한 마음으로 편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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