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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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김종례 시인
  • 승인 2014.03.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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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가 지나고 나니 햇살은 땅속을 비집고 나오는 새싹들을 맞이할 채비로 나날이 나른해지고, 새 학년도를 맞이할 준비로 아이들의 종종걸음도 바빠지면서 어느새 경칩이 다가왔다. 며칠 전 5일장을 배회하다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직도 을씨년스러운 북풍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재래시장 길가, 소쿠리 안에 담겨진 봄나물들이 앙증맞게 올려다보며 내게 봄 인사를 한다. 언제까지나 어둡고 차가운 빙판길에서 서성일 줄만 알았는데, 햇살너울을 곱게 쓴 봄 아가씨가 꽃다발 가슴에 안고 사뿐사뿐 다가오고 있는 요즘이다. 우주만물이 회춘하고 소생하는 기운이 어느 곳에 도사리고 있다가, 산야를 먼저 깨우고 사람의 가슴마다 화기치상을 가르치는 요즘이다. 제비꽃망울을 금방 터뜨려줄 것 같은 잔디밭으로 몇몇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서는, 제비꽃보다 더 순한 웃음을 한 움큼 날려주고 봄볕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새봄과 함께 시작된 새 학년도의 첫날 첫 수업은 교실마다 으레히 인사지도로 시작되었다. 인사는 예절의 첫걸음이요. 예절은 인성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초임시절에는 출근을 하면 옆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인사들을 나누었다. 아이들도 아침에 선생님이 안보이면 찾아다니며 인사를 해야만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줄 알았다. 달라이 라마에게 제자가 “자비가 뭡니까?” 라고 묻자 “자비는 친절한 것이죠.” 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공자도 어질 仁 사상 속에 예절이 있다고 가르치셨고, 실천예절의 이론의 첫머리에도 ‘어질 인에는 사람이 둘이 있고, 둘이란 너와 나 우리를 뜻하며, 우리는 바로 한국인의 근본정신이 된다’ 라고 적혀있다. 진정한 우리가 되려면 서로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며, 이기심과 사욕을 버리는 사양심(辭讓心)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인성교육의 첫걸음인 무례하지 않은 예절바른 사람으로 가르치는 것이급선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예절이란 인간의 생존법칙에서 아주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무실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인사도 참으로 다양하다. ‘보는 게 인사’ 라는 식으로 그냥 성큼 들어오는 사람과 고개만 까딱거리는 고개인사와 정중히 인사말까지 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후자일 경우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맞이하게 된다. 작은 말 한마디 <안녕하세요?>
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친절함과 사양심을 겸비한 인사말을 주고받을 때,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한마디는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되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의 전주곡이 되기도 한다. 유행가 가사도 있지 않는가?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론의 지팡이>의 기적도 커다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소한 일상의 불편함을 회복시켜 줌으로써 썩어 없어질 고목에서 싹이 돋아나는 기적이 일어난 사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는 걸 넌지시 일러주는 요즈음, 새 학년을 맞이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예절교육은 우선되어야 하며, 그 예절교육의 첫 관문인 인사하기를 습관화 생활화 시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가정에서도 아침에 학교를 갈 때, 또는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가 부모님과 상냥히 주고받는 인사말 한마디가 집안 구석구석에 남풍을 불게도 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즐겁고 행복한 하루의 휘장을 올리고 내리는 일은 인사지도로 시작해야 마땅하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등 작은 인사말 한 마디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학교 우리 가정에 훈훈한 입김이 스며들기 바란다. 움이 트고 순이 나오고 꽃이 피어서 인성과 지성의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열린다면, 교육의 삼위일체가 모두 행복한 학교문화 조성이 앞당겨 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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