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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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 회남초등학교 교감 김종례
  • 승인 2013.11.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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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가신지도 벌써 달포가 되었다. 요즘도 주변 요양원이나, 노인병원 앞이라도 지나칠 때면 나는 한참 차를 세우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어디 좀 병원환경이 나은 곳으로 옮겨 드리려고 작심은 하였으나 끝내 이행하지 못하고 수속을 밟는 도중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어제는 돌아가시기 전에 상담을 해오던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모시고 온다고 하더니 어찌된거냐 하며 의아해 한다. ‘아, 네. 그것이... 아, 제가 세상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우물쭈물하다가 그만 이리 되었습니다.’ 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부모님은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도 자식에게 커다란 교훈 하나 툭 던지고 가시나 보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절실한 시점인가를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는 다 흘러간 물처럼 기억만을 남기고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고, 다가올 미래는 기약도 없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유리창 넘어 파란 창공처럼 아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리라. 과거에도 집착하지 말고 허망한 미래에도 목숨을 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가 또 다시 과거가 될 것이고 미래는 다시 현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현재를 바로 직시하여 오늘 이 순간에 내가 해야 할 일과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을 먹었으면 지금 이 순간 곧 바로 시행을 해야 할 일이다. 머뭇머뭇하다가 언제나 절호의 기회를 놓치거나, 우물쭈물하다가 중요한 시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우리 삶에 왜 그리도 많은지....나이가 들면서 친구나 가족이 내 곁을 하나하나 떠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 심경이다. 아버지가 말씀 한 마디도 없이 유언도 없이 훌쩍 허망하게 떠나가신 후로는 고령의 이모님 생각이 종종 나곤 한다. 오랜 세월동안 건강이 안 좋으셔서 요양원에 머물러 계시면서 하루하루 전전긍긍 연명하고 계시는 그분은 밤잠과 낮잠의 구분이 없으시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한밤중에 전화를 자꾸 걸으시고 내가 어쩌다 전화를 받으면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수십분을 전화기에 매달려 계시려 한다. 옛날 고리짝 젊은 시절 얘기까지 하염없이 늘어놓으시다가 결국 내가 먼저 지쳐서 전화를 끊어 버리게 하신다.
인생은 촛불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촛불과도 같이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없이 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 소중한 순간들을 무작정 허비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목표점도 없이 오로지 당위적인 생활의 습관에 스스로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자신을 활활 태우며 세상을 밝혀주는 위대한 촛불은 되지 못할지라도 타다가 목표점을 잃고 꺼져버리는 생명력 없는 촛불은 되지 않기 위하여 오늘도 모든 사람들은 분주히 어딘가를 향하여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 온 이 순간에도 자신의 촛불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하여 동분서주 열심히 뛰어 다니는 저 많은 사람들! 제 본연의 임무를 완주하며 세상을 밝혀주고, 아무 형체도 남김없이 스스로 태우며 소멸해 버리는 촛불의 그 아름답고 심오한 모습을 닮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종종 전깃불 대신에 촛불을 밝히는 날이 있다. 특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이나 괜시리 마음이 울적한 날, 또는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한 날이면 서랍속에 넣어 두었던 촛불에 불을 밝히고 은근한 빛을 가만히 즐긴다. 남은 생애 중 가장 젊은 지금 이 순간에 자연우주의 소멸의 원리를 생각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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