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는 손아래 동서가 회갑을 맞는 날이었다. 청주 어느 식당에서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이 함께 모여서 축하 예배를 드리고 점심 식사를 하였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살아 온 세월을 사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말 해 주었다. 모두가 그러하지만 동서는 정말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 사람이다. 젊어서 지금까지 가정 밖에는 모르고 살아 왔고 회사에서 퇴직한 후에는 좀 쉬었다 해도 될 터이지만 퇴직 하자마자 곧바로 개인택시를 인수하여 새벽부터 저녁 늦도록 까지 일하면서 한결같이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지금도 쉬는 날에는 집안 청소는 물론 설거지 빨래까지도 다 한다는데 처제가 하지 말라고 성화를 하여도 막무가내란다. 흔히 말하는 팔불출이라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가정을 사랑한 사람이기에 그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하라 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수고하여 땀 흘림으로 먹고 사는 것이 창조주의 뜻이며 살아가는 원리이기에 노동의 가치가 귀한 것이고 모든 사람의 의무이기기도 하여 일을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지만 정상인들도 꺼리는 힘든 일을 한쪽 손을 잃은 사람이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나도 옆에서 벽돌을 하나하나 집어주면서 이 사람의 노동 가치는 보통 사람들의 몇 배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는 일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동료들과도 농담을 하며 대화도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하는 말이 엉뚱하게도 “가을이잖아요 가을은 슬픈 계절이니 일이라도 재미있게 해야 지요” 한다. 대답이 너무 뜻밖이라 왜 가을을 슬픈 계절이라고 하느냐 하였더니 이제 머지않아 낙엽이 지면 보고싶은 사람이 생각 날 텐데 왜 슬픈 계절이 아니냐고 하여 무슨 사연이 있는 듯도 싶지 만 더 묻지 않고 너무 낭만적이라 하였더니 그 도 웃으며 낭만은 좋은거유 하면서 내가 벽돌을 쌓아 드리는 이 집에서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란다. 나도 고맙다고 하면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인데 오늘 당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고 하였더니 어쩐지 말씀 하시는 것이 다르다 했는데 기왕이면 멋지게 써달라고 한다.
어려서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한 쪽 손을 잃었다면 짐작컨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 했을 것이고 성장하면서는 비관이나 좌절도 많았을 테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있는 불운을 떨쳐버리고 꿋꿋이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바로 인간 승리 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의 앞날이 하나님의 은혜로 하루하루가 행복한 삶으로 이어 지기를 기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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