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야기2 (묘기 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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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야기2 (묘기 대행진)
  • 회남초등학교 교감 김종례
  • 승인 2012.12.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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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돌아오면 우리 집 마당은 곤충들의 서식지가 되어 간다. 원래 울타리나 대문이 없는 터에다 주변에 논밭들과 이어져 있고, 나무와 풀들이 제멋대로 자라 여러 가지 곤충의 서식지가 되는 것이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즘에 급격히 늘어난 것은 새끼 청개구리 떼다. 심심치 않게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고양이의 친구가 되어주는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마당에 청개구리들의 주검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유심히 관찰하였더니 겁도 없이 마당으로 들어온 청개구리는 모두 안드레의 발 장난감이었다. 앞발로 낚아채어 기절을 시키고는 그것을 절대로 먹지 않고 한 줄로 늘어놓는 것을 보고 다시금 영악스러운 동물에 흠칫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안드레의 발장난은 가끔씩 나와도 대결하며 한참을 놀아주는 묘기 대행진이 되었다. 그리고 고아로 들어올 때부터 배 안에서 나는 오토바이 소리도 묘기중의 하나이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못 들었겠지 하고 넘겼으나 성장함에 따라 더욱 큰 소리로 귀를 집중시킨다. 손으로 어루만지거나 안아주기만 하면 배 안에서 발동기 거는 소리가 여전히 난다. 다른 짐승들에게는 들어보지 못한 기이한 소리라서 방문 오는 사람들마다 이야기하고 들려주기도 하는데, 지금도 안드레의 배 안에서는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 낙엽들이 무도회를 열며 추락하는 늦가을이 되자, 안드레는 또 다른 묘기로 내 눈을 붙잡는다. 떨어지거나 움직이는 물체들을 보면 바짝 긴장을 하면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움츠리고 있다가 쏜살같이 물체를 향하여 돌진하는 모습은 혼자보기에 너무나 아까운 광경이다. 특히 안드레의 나무타기 묘기 대행진은 그야말로 천하일품이다. 그 모습을 글로 나타내기엔 나의 부실한 표현력이 절실히 느껴진다.
그렇게 안드레와 사소한 짓거리로 정이 들어가면서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왔다.
날씨가 추워지자 남편과 나는 얘를 어디다 재울 것인가를 두고 다시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6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스레트 지붕으로 지은 구옥의 구조는 작은 방1, 주방 겸 방이 1,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 통로인 마루가 있다. 마루도 바깥이나 별 다를 바는 없지만, 한대보다는 아늑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들여놨다가 남편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철물점에 가서 개집을 하나 사다 주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플라스틱 호텔에는 한 번도 들어가지를 않는다. 억지로 쑤셔 넣고 출입구를 돌멩이로 꽉 막아도 금새 지붕을 날려 보내고 성난 들짐승처럼 기어 나오곤 한다. 몇 날을 씨름 하다 할 수 없이 뜰팡 옆 오망한 구석지에 박스를 놓고 수건을 깔아 주었다. 작은 몸 하나 딱 들어갈 만한 공간인지라 안드레는 언제나 몸을 작게 옴츠려서 동그랗게 말은 후, 얼굴을 꼬리에 박고 잠을 자는데 위에다 박스로 지붕을 만들어 줘야 잠이 들곤 하였다. 아마도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은 터이라 아늑하고 어둡고 좁은 공간을 좋아하는 기질이 된 것 같다. 한번 얼굴을 박으면 번개 천둥이 치거나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가 굉음을 내어도 아침까지 요지부동 일어나지 않다가, 새벽이 되어 내가 신발 찾느라 부시럭대는 소리에 깨어나 뜰팡으로 기어 나와 스트레칭을 한다. 그것도 앞다리 한번 쭈욱, 뒷다리 한번 쭈욱, 골고루 운동을 하는 것이 하도 신기하여 티브이에서 간혹 보던 동물 수련사 마냥 훈련을 시켜가기 시작하였다. 엄동설한 바람이 매서운 겨울에는 자다가도 몇 번씩 문을 열어보게 하는 날짐승 안드레! 동물을 딱 질색하며 인정머리 없던 내게 따스한 마음을 선물하였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우주 섭리의 양면성의 이치도 깨닫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일찍 깨어난 김에 새벽기도를 가려고 문을 나서려는데 뜰팡에 있던 신발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자꾸만 다가오는데 따뜻하고 편한 부츠 한 짝이 없어서 기도회를 못 갔던 일이 있었다. 오후에 퇴근을 하고 보니 잃었던 신발이 제자리에 와 있어서 깜짝 놀라 이웃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아본즉, 신발을 물어 간 것은 옆집 강아지였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은 것은 우리 집 고양이란다. 이렇게 신기하고 기이한 묘기 대행진이 자주자주 사람을 감동시키고 웃음을 선물하는 나날이었다. 결초보은(結草報恩), 한낱 날짐승인데도 저를 거두어 준 주인을 이렇게나마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날마다 먹이를 거두어 주는 제 주인을 위해 이렇게나마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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