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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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보내며.....
  • 김 종 례 (회남초등학교 교감)
  • 승인 2012.08.23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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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운 여름이다. ‘시작이 반’ 이라더니 종업식을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방학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날마다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노인들이나 뜨거운 폭염아래 공사판에서 숨져가는 젊은이들의 실체가 보도되던 지난주도 지나고, 이번 주에 들어서니 그리도 기다리던 반가운 빗소리와 우레 소리가 화음처럼 시원하게 들려오며 입추가 선들거리며 지나갔다. 갈증을 못 이겨 비비 틀어지던 나뭇잎들이 생기를 되찾아서 화들짝 웃음 짓는가 하면, 사막을 걸어가다 오아시스를 만나 생령수라도 마신 듯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반가이 인사들을 한다. 이런 무더위에 방학 아카데미를 무사히 마치고 요즘은 집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방학을 잘 마무리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한 요즘이다. 행여 네모상자와 선풍기 앞에서 세상의 모든 정보들과 씨름하느라 더위조차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붉은 색연필로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냈던 어린 시절 산골 학교의 여름방학 과제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산과 들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뿌리 채 뽑아 온 식물채집, 매미채를 둘러메고 이나무 저나무에 매달려서 애를 태우던 곤충채집, 동네방네 편지들을 집집마다 뒤적거리며 모은 우표수집, 길거리를 다니면서 주워왔던 흙 묻은 상표들, 어머니 헌옷가지나 치맛자락까지 몰래 베어야 했던 옷감 모으기, 풀밭에 배를 깔고 도화지를 몇장이나 구기고서야 완성했던 여름 풍경화 그리기, 부모님 몰래 이불속에서 밤새는 줄 몰랐던 만화책 읽기, 폐품으로 나의 집 만들기를 하며 미래의 꿈에 부풀었던 시절, 며칠씩 미뤄두었다가 한꺼번에 비지땀을 흘리던 일기쓰기, 윤기 흐르는 밀짚으로 멋있게 만들어 온 남자친구의 여치집, 수수깡으로 안경, 시소, 놀이터 만들기 등 가지가지 체험학습에 몰입하며 신나고 즐겁기만 하던 여름방학이었다. 눈부신 햇님이 둥실 떠오르면 또또따따 아이들을 깨워주던 나팔꽃의 아침인사도 잊을 수 없고, 고모님이 아주까리 잎사귀로 곱게 싸매주던 달 아래 봉선화 손톱물들이기, 반딧불 날아다니는 저녁에는 마당 멍석에 누워 내일도 태양이 정말 떠오를지 궁금해 하며 아침을 기다리던 별 헤던 밤, 방학과제는 아예 챙기지도 않은 채 하늘을 나를 듯 해방감을 맛보던 친척집 방문, 모두가 이색적인 여름방학 과제의 추억들이다.
그러다가 땀줄기로 꼬질꼬질 범벅이 된 몸을 앞 냇가 둠벙에 첨벙 던지며 시원함을 즐기며 가재를 잡던 일, 매미소리 전원 교향곡과 함께 오수에 빠지게 되면 할아버지 곰방대로 꿀밤 맞던 일, 동무네 밭에서 서리한 참외를 깨물어 먹으며 흘러가는 구름떼에 정신을 쏟으며 상상력을 키우던 원두막의 낭만, 옆집 아저씨 낚싯대에 걸려드는 가지가지 민물고기를 마타리 잎사귀에 꿰어서 빙빙 돌리던 시냇가의 추억들, 마을 어귀 빈집에 모여서 더위를 식히던 귀신놀이, 땅빼앗기, 숨바꼭질, 사방치기놀이 등 영상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머니 젖무덤 같은 언덕길에서 공깃돌을 굴리며 해가 지도록 뛰어놀던 동무들은 정처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신비롭게 떠다니던 유성처럼 사라져서 지금은 만날 길이 없지만, 동무들과 함께 꿈의 나래를 활짝 펼쳤던 여름방학의 추억들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기억들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누구에게나 서성대고 있다.
근래에는 스마트 교육, 스팀교육 등 광범위한 정보화 교육이 거론되고 있어서 그 웅장한 단어 속에 포함된 의미조차 알 수 없으나, 넘쳐나는 정보들로 머리가 무겁고 가슴조차 부담스러움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의 품속에서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학습의 장을 공유하기 바란다. 천상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교육의 강물이 아이들 앞에 흘러넘치기를 기원한다. 우주를 나를 만큼의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짓으로 나름대로 영혼을 알차게 살찌울 수 있다면 얼마나 인생에 유익하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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