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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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풍경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2.08.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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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로 서울엘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이여서 조금은 이방인처럼 낮 설은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내 눈은 나도 모르게 여기 저기 숨어 있는 모습들까지도 찾아내어 살펴보게 되었다.
지하철에 오르자 나도 노약자석의 빈자리에 앉아서 목적지 까지 오게 되었는데 퇴근 시간 전이여서 그런지 객차가 붐비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었는데 대견스러운 것은 노약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좌석은 비어있어도 해당되는 이들이 아니면 앉으려 하지 않고 빈 좌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지며 더욱이 경로효친 사상만큼은 세게 어느 나라도 따를 수 없는 우리의 자랑으로 지금은 많이 퇴색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공중 윤리의 차원을 넘어 예절을 전통으로 이어가려는 사회적 약속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리를 꼬고 옆에 앉은 젊은 여인에게 자리가 불편하니 바로 앉아 달라고 말하는 노인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여 지하철 막말녀니 또는 9호선 막말녀니 하는 대명사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는 사건들도 가끔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대다수의 많은 이들이 노인들이나 약자들에게 관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럼없이 손잡고 서로 감싸 안고 있는 젊은 커플들의 다정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무례하다기 보다는 아름다워 보인다. 저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만나 연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어서 종착역까지도 함께 가고픈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한여름 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고파서 인지 또는 유행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가씨로 보이는 이들은 짧은 바지를 입고 있는데 몇몇은 노출이 너무 심해서 민망할 정도다. 나도 젊은 세대들을 많이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있다고 자부를 하는 편인데도 이들의 지나친 노출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부감을 갖게 한다. 언젠가 경로당에서 TV를 보는 중에 아이돌이라 하는 걸 그룹 가수들이 배꼽을 노출 시킨 의상을 입고 노래 할 때에 어느 한 분이 배꼽을 내놓지 않으면 노래를 못하느냐고 하며 비난하기에 나는 그분에게 이렇게 말 하였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사고방식이나 관념으로 생각하지 말고 변한 세월 이 시대의 그들의 문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지금 저 아이들이 세계 각국에 한국을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문화의 홍보 대사들이며 세계의 젊은이들이 저들이 부르는 K팝에 열광하고 있다고, 그래도 그 분은 내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지금 나도 그 분처럼 고정관념에 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거부감을 가질 만큼 이들의 노출이 지나친 것인지 분간이 되지를 않는다.
또 젊은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손가락은 스마트폰 두드리기에 쉴 사이가 없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것은 물론 옆에 없으면 허전하다 못해 불안하다는 요즘 젊은이들이고 보면 당연한 행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이러한 전자기기들이 세상을 바꾸고는 사람까지도 바꾸어 기계의 노예가 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신문에 보도 된 내용을 보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 명에 이르고 10대 20대들은 그 중독율도 인터넷 보다 높아 이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카카오톡이나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들은 자신이 자신을 이러한 기계 속에 가두게 되고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협동의 사회와 공동체에 적응할 수 없게 되어 배제 될 수밖에 없는 불행한 결과가 되지 않을까 염려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이들은 지금 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같은 이시대의 이기와 문화에 이들처럼 능숙치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해본다.
전철이 정차를 하고 또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질서가 있어 좋아 보인다. 질서는 곧 사회를 편안케 하는 아름다운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은 아닌 듯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오르더니 내 옆에 서서 손잡이 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곧바로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 한다. 주변의 모든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보리 원피스에 생머리의 단아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서 표지의 제목을 훔쳐보니 법정 스님의 “버리고 떠나기”이다.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진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녀의 책장 넘기는 손끝을 따라 그 말뜻을 음미하는 동안 내릴 곳이 가까워지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안내 방송 멘트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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