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길, 그 끝없는 행복의 물결
상태바
스승의 길, 그 끝없는 행복의 물결
  • 서당골청소년수련원 원장 손진규
  • 승인 2012.04.19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 중에는 지식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있고, 덕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있다. 지식으로 가르치는 교사에게서는 지식만을 배우지만 덕으로 가르치는 교사에게서는 인생 그 자체를 배운다. 그러므로 후자의 경우는 무얼 배운다기보다 마치 어머니의 젖과도 같아 먹으면 곧 살이 되어 성장하게 된다. 이런 교사야말로 참 교사가 아니겠는가?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이시다."요즘 들어 이런 스승이 정말로 아쉬워지는 때에 이 글은 손기정 선수가 스승 김교신을 회고하며 남긴 글 중의 첫 부분이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 일본과 조선 전체를 대표하는 선수를 선발하는 마라톤 경기가 동경에서 열렸을 때 김교신 담임선생께서 달리는 제자를 위하여 자전거를 탄 채로 전 코스를 뒤따르며 격려하였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일화다.
과연 나는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으로 비춰졌을까? 제자에 대하여 사랑과 기대의 심정을 지니고 대성하기를 기원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지금도 변함없는 그들을 향한 나의 마음이다.
주말 대구 H중학교 간부단원 수련회가 1박 2일로 우리 수련원에서 있었다.
인솔 교사들이 도착하면 원장실로 안내해서 인사와 간단한 수련원 소개를 하는 것이 나의 일과 중에 하나다. 대구 S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을 하고 원장으로근무하고 있다고 소개를 하면 은연중에 안도의 눈빛을 보이는 인솔 교원들의 표정이다.
"원장님. 손진규 선생님이시지요?" 라며 반갑게 말하는 인솔교사가 있었으니 당황할 수밖에... "누구시죠?"
"선생님, D초등학교 2학년 때 저의 담임 선생님이셨어요. 장주환 입니다!"
22년 만의 만남! 늘 앞자리에 앉았던 자그만 키에 학급에 부회장 이었던 주환이가 내 앞에 나타나다니...
귀엽고 글씨도 예쁘게 잘 썼으며 수업 시간에 발표도 똑 소리 나게 잘 했는데...
옛날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며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래, 주환이! 어머니가 김귀교 선생님 맞지?"
9살 꼬마였던 소년이 교사가 되어 홀연히 나타났으니 사제지간에 반가운 포옹을 나누며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다.
명문사대 수학과를 나와 대학원을 마치고 고시만큼 어렵다는 교사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공립학교에 발령을 받고 부부교사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정말 기분 좋은 감동의 시간이었고 주환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그동안 나의 근황을 꿰뚫고 있었다.
"선생님 너무 반갑습니다. 1968년도 옥산초등학교 어린이 회장에 당선 되었을 때 좋아하시며 격려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손상대 입니다. 김천중고등학교와 고대 법대를 거쳐 지금은 한국M&A컨설팅협회 회장으로 있습니다. 옥산초등 1년 후배 김영화에게 오늘 선생님의 연락처를 받고 무척 기뻤습니다. 카카오톡에 사진으로 보니 옛 모습 그대로 입니다."
너무도 뜻밖에 소식을 듣고 보니 44년 전의 제자를 기억에 떠올릴 수 있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임지에서의 3월 말의 이야기였으니... 모 지방 신문사 편집국장인 쉰여섯 살의 여 제자 김영화! 그 해 5월 학예발표회에서 '파랑새의 꿈'이란 연극을 연출할 때 출연했었는데 작년 봄 수소문하여 나의 거처를 알았다며 연락을 했고 행복에 물들었었다.
"언젠가 꼭 한 번 찾아뵙고 싶은 선생님이신데 이렇게 뵙게 되니 너무 기쁩니다. 세월이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반 곱슬머리에 갓 20대셨던 것 같았는데... 우리 손가가 회장이 되었다고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고 그 후 저에게 희망을 주셔서 제가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문자로 연락 후 통화를 하며 그 옛날 소년이었던 제자는 올해 쉰일곱 살의 기업체 사장이 되어 끝없는 대화로 봄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내 블로그를 본 제자는 "어린 제 눈에 비쳤던 선생님의 모습 그대로 멋지게 활동하고 계셔서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마치 꿈을 꾸는 듯 행복했다.
최근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의 명문대학을 외면하고 교대를 선택했단다. "서울대 가느니 교대 간다."는 말이 유행하고 입시생들 사이에 교대(敎大) 열풍이 불고 있으며 초등학교 교사 지망생이 급증하고 우수한 인재가 교육 현장에 많이 몰린다고 하니 그들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직된 스승의 사명감이 교실을 지켜준다면 교육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초등학교 교사 열풍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 취업 열기에 비유하기도 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예술 대학을 가겠다고 단식투쟁까지 했던 내가 가족들의 강압에 못 이겨 교대를 택했는데 훌륭한 제자들이 늘 찾아 주는 이 기쁨이 있고 두 며느리 감이 초등학교 교사이고 보면 교육대학의 인기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