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할 것들2
상태바
버려야할 것들2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09.01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째지는 듯한 매미소리에 아침을 열곤 했는데, 요즘은 여러 소리가 뒤섞인 풀벌레의 합창이 들리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날씨에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계절의 변화가 오면 매년 반복되지만 마음이 바빠지기도 하고 어떤 기대감도 있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것과 이별을 하게 된다. 계절의 바뀜처럼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있고,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곁으로 오는 것도 있다.
지난 주말, 지인의 사진개인전시회에 갔었다. 그 곳에는 권위 있는 사진 전문가와 현재 공직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많이 참석을 하였다. 또 이름을 들으면 충북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전직 고위직의 어떤 분도 참석을 하였다. 개회식이 시작되었고, 00님, 00님 호명하며 참석한 귀빈소개의 시간이 되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전직의 그 분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거의 마지막에 “아! 잊을 뻔했는데 00님도 오셨습니다.” 하며 소개를 마쳤고, 일정에 의해 내빈 축사가 이어졌다. 두 번째 분의 축사가 진행되는데, 전직 그 분은 얼굴표정이 좋지 않은 상태로 나가 버렸다. 그 분이 현직에 있었다면 1순위로 소개가 되었을 것이고 축사도 제일 먼저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치인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간 상태가 아닌가? 좀은 뒤에 소개가 되었어도 축사를 할 수 없었어도 끝까지 참석하였다가 전시회의 주인공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악수를 나누고 떠났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 분의 태도가 오만일까? 아니면 자존심일까? 또 전시회 주인공은 좋은 날,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두고두고 마음속에 남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일정 때문에 그 자리를 떠난 것인데 나의 짧은 오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평범한 사람이 그 자리를 떠났다면 당연히 끝까지 참석할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그릇이 더 큰 사람들에게 쏟는 시선은 일반인보다 다르므로 말과 행동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어떤 삶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보통사람들의 우위에 있는 돈과 명예와 권력 등을 가진 사람들도 그 것들과 결별해야 하는 시간은 꼭 온다. 다른 것보다 특히 권력은 화려했던 시간이 다했을 때, 보통사람들은 겪어야 하지 않을 상실감이 클 것이다. 권력이 떠난 자리에서도, 자주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내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데...’ ‘그 때 내 몸을 아끼지 않고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공을 세웠으며...’ ‘누구누구 그 사람들의 청탁을 들어 주었으며 또 내 말 한마디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었는데...’ ‘내가 지난 그때였다면 너희들 감히 내게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시간의 권력과 지위를 적절히 잊고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그 때, 있었던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고, 자신이 처해 있는 현재의 위치에 순응하여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사람 삶의 여정 중 한 부분이고, 그 사람의 발자취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지나온 시간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고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린 계절이 바뀌면 지나간 계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새로 오는 계절에 대해 거부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새로운 계절에 맞게 옷을 입어야한다는 뜻이다. 이건 아주 일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그 자리에 맞게 버려야 할 것들은 많다고 본다.
나 역시, 마음의 짐에서 내려놓고 버려야 할 것들은 무수히 많다. 현실과 다른 실현 불가능한 공상과 노력하지 않으면서 얻으려는 것들이 마음에 뜨곤 한다. 그리고 영원한 숙제일까? 꿈‧ 야망과 욕심‧ 집착의 경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꿈이라고 포장된 욕심을 진정한 기도가 아닌 기원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을 갖고 자신에 대한 잣대를 관대하게 하는 것들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 같다. 똑같은 상황에서, 자기가 했을 때는 여러 가지 핑계를 되면서 합리화 시키고, 남이 했을 때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둥 또 자기와 연결된 것이면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 분별을 정확히 하기에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좋지 않은 자기비난이나 자기학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외로울 때나 상처를 받았을 때, 얼마나 많이 위로해야 하고 자존감을 가져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내가 가장 버려할 것을 생각해 보면, 자신에 대한 관대함의 일부인 게으름인 것 같다. 계획은 참 잘 세운다. 그러나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내일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 내 자신에게 말을 건네 본다. 질책하면 잘 듣지 않으니까 친절하게 달래면서 그리고 강도 있게.....
“아! 실천하지 못하는 일(주부역할의 가사일)과 공부, 취미생활, 운동 등 등...... 어쩌나? 먼저 침잠 속에서 깨어나야지! 또 무기력함에서 탈출하고, 시간관리 잘하자! 파이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