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토주(烏飛兎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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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토주(烏飛兎走)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0.12.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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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접어들었다. 이제 곧 호랑이 해 경인년은 지고 신묘(辛卯)년 토끼의 해가 떠오르게 될 것이다. 세월은 늘 이렇게 어김없이 흘러가고 밀려온다. 앞산 봉우리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지금은 과거가 되고 미래는 지금이 된다. 불교에서는 이를 찰나삼세(刹那三世)라고 한다. 현재의 찰나를 현세(現世)로 하고 그 앞뒤의 찰나를 각각 과거세(過去世)와 미래세(未來世)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날에 대해 주로 말하는 사람은 젊은이이고 옛날을 자주 거론하는 사람은 늙은이라고 한다.

시간이라 불리는 세월은 또한 자연계에 존재하는 무엇에게나 엄격하다. 지고의 권력과 수많은 재물을 가진 이나 절체절명의 소외된 이들에게도 차별이 없다. 생노병사(生老病死)는 권력과 재물의 유무를 떠나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바꿀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다. 이러한 세월의 흐름은 야속할 수도 있고 원통할 수도 있지만 또 구원일 수도 있다. 군대를 갔다 온 이들은 알고 있음직한 우스갯소리에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전역일자는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올 해의 지난 세월은 늘 그렇듯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100년 만에 몰아친 한파와 폭설이 요동치며 매서운 흰 호랑이의 해로 시작되더니 급기야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주변을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운이 감도는 화약고로 매듭짓고 있다. 또한 세종시 수정안으로 한때 정국이 시끌벅적했고 4대강 사업은 여태껏 진통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으며 심혈을 쏟았던 ‘나로호’도 발사 직후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일본은 자국 초등학교교과서에 독도를 일본영토로 명기했다.

좋은 일도 있었다.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6개로 일본보다 앞선 종합순위 2위를 차지했다. 남아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6강에 자력으로 진출했고 G-20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됐다.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이산가족이 만남행사를 가졌다. 부고도 있었다. 만인에게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 주었던 ‘무소유’ 법정스님이 입적했고 눈요기도 제공했던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도 영겁회귀(永劫回歸)했다.

보은군도 많은 일을 겪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후보선정을 둘러싼 파열음이 있었다. 또 자유선진당의 유력 출마후보였던 이향래 당시 군수는 질병재발과 검찰조사 등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상혁씨는 보은군수 후보로 자유선진당에 전격 영입되어 당선됐다. 또한 8석의 보은군의회 의석 중 자유선진당 5, 한나라당 2, 민주당 1석 등을 차지하는 변화도 있었다. 한 석으로 줄어든 충북도의회 의원직 역시 자유선진당 유완백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를 앞두고 불어 닥친 사정한파는 차디찼다. 당시 보은읍장이 전격 구속 조사를 받았고 보은군보건소장은 졸지파탄(猝地破綻)한 듯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운명을 달리해 세간을 충격에 빠트렸다.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속리산유통은 한 해 동안 문제해결에만 골몰하고 있다. 야심찼던 보은첨단산업단지 조성도 답보상태다. 보은군수가 바뀌고 의회의원들 대부분이 새 인물로 선출된 지 6개월째가 돼가지만 눈에 띄는 보은군의 변화는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보은군 소속 공무원들이 예전보다 공직자다워졌다는 소리 소문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민원인들에게 보다 친절해졌다든가 근무 분위기가 의욕적으로 바뀌어 있다든가 등도 아직 듣지 못했다. 보은군의회도 매한가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일부 다선의원이나 초선의원이나 품행이나 행태가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어른의 지시에 따라 밥 먹는 법을 익히듯 써 준대로 읽고 의사봉만을 휘두른다면 대의기관에는 뭐 하러 갔는가. 새해는 토끼해다. 보은군 발전을 위해 뭔가 변화를 꾀해보자. 오비토주(烏飛兎走)라고 했다.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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